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 후 콘클라베 이틀 만에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었습니다. 오늘은 정치보다 깊고, 종교보다 넓은 영향력 지닌 교황의 자리에 새로 선출된 제 267대 교황 레오 14세(Pope Leo XIV)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치보다 깊고, 종교보다 넒은 영향력
교황은 명목상으로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지만, 사실상 종교적 경계를 넘어 인류 전체에 메시지를 던지는 도덕적 권위자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종교가 예전만큼 중심적인 위치에 있지 않지만, 교황이(The Pope)라는 존재는 여전히 상징적이고 세계인의 정서를 반영하는 외교에 있어서 철학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 세계 12억 명 이상의 가톨릭 신도들의 지도자이자 기후위기, 난민문제, 전쟁, 양극화 문제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비정치적 정치인’으로 국제 사회에서 큰 무게를 가집니다.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vost)

신임 교황에 선출된 레오 14세의 본명은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vost) 추기경입니다.
1955년 생으로 올해 69세이며,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198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어거스틴 수도회 소속으로 사제 서품을 받았고, 이후 남미 페루에서 선교사로 약 20년간 봉사하며 선교 활동을 이어간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 겸손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던 인물로, 특히 페루 치클라요 대교구에서 대주교로 활동하며 지역 사회의 교육과 보건 인프라 개선에 크게 기여했고, 꾸준하게 여성의 역할 확대를 강조해 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23년 전임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주교성성 장관(Prefect of the Dicastery for Bishops)으로 임명되어 인사 전반을 총괄하는 교황청 핵심 인물로 부상하였고, 이 시기를 통해 글로벌 가톨릭 리더십 경험을 쌓게 됩니다.
레오(LEO)의 의미
새로 선출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는 교황명으로 레오 14세(Pope LEO XIV)를 선택합니다. 19세기말 사회 정의와 노동자의 권리를 강조한 교황 레오 13세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레오 13세는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통해 가톨릭 사회 교리를 체계화하며 현대 가톨릭 교회의 사회 참여 노선을 확립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나아가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Lion)를 의미하기 때문에 용기와 결단력, 강한 리더십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요, 새로 선출된 로버트 교황이 단순히 상징적인 인물을 넘어 행동하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이기에 전통적으로 유럽을 배경으로 역사가 깊은 천주교회에 변화를 기대하는 시선이 많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Donald Trump) 또한 트루스 소셜을 통해 새로운 교황으로 서임된 것을 축하하며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에 영광스럽고, 만남을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콘클라베의 기간의 의미
2025년 5월 7일에 시작한 이번 콘클라베는 5월 8일 불과 이틀 만에 흰 연기가 피어오르며 종료되었습니다.
바티칸 광장에는 새로운 교황의 선출을 공표하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환호 속에 새로운 교황이 등장하는 모습이 생중계되었습니다. 총 133명의 추기경이 참여했고,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네 번째 투표에서 교황으로 선출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 당시 콘클라베를 앞두고 차기 교황에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인물들 중 포함되지 않았던 터라,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결과입니다. 더구나 가톨릭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의 등장이기 때문에 역사적 전환점으로서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변화이기도 합니다.
불과 이틀 만에, 단 네 번의 투표로 선출된 걸 감안하면 가톨릭 교회 내부의 의견이 비교적 일치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요, 예상되는 인물 리스트에는 없었지만, 교회가 혼란 없이 새로 선출된 교황에 대한 미래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교황에 대한 기대
현대 교황의 역할은 단순히 교회 내부의 문제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 역시 다양한 국제 이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지닌 인물로, 특히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비 서구권 지역과 교류하던 신학자입니다.
선교사 시절부터 교육과 인권, 빈곤 문제 해결에 헌신해 오며 주교성성 장관으로 전 세계 주교단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고, 당시의 행보를 바탕으로 앞으로 보여줄 종교 지도자이자 외교적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청년 세대와의 소통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vost)는 추기경 시절부터 청년 세대와의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SNS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특히 환경과 정의, 그리고 이민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해 왔습니다.
“The Church cannot remain within its own walls.”
교회는 벽 안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권위적인 느낌보다 포용적인 성품을 보여준 인물이며, 청년들의 참여와 성찰을 이끌어 내기 위해 가톨릭 교회가 현실 세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소명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와의 소통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vost)는 아시아 가톨릭 공동체와의 협력에도 큰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한국 천주교회의 사회 참여에 주목하고, 주교성성 장관(Prefect of the Dicastery for Bishops) 시절에도 한국 가톨릭 교회와 여러 차례 협력한 이력이 있습니다. 대화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향과 추기경 시절 보여준 행보를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방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정신으로서의 교황
언제나 새로운 변화에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있습니다. 한 시대가 지나고 새로운 교황의 임기가 시작되는 만큼, 가톨릭 교회도 중요한 지점에 서 있다고 말하는데요,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vost)의 행보를 보면 가톨릭 교회 내에서 신학적으로 중도적 성향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 중제를 통해 균형을 잡을 인물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강대국인 미국이라는 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외신들 평가를 보면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이라는 평가가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vost) 추기경은 시대의 흐름과 인류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지도자로, 종교적 신념을 넘어선 포용의 가치를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앞으로의 재임 기간 동안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길이 되어주고, 종교 밖에 있는 이들에게는 인류 공동체로서의 연대를 따듯하게 품어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