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욕망과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추구했던 그리스의 철학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견유학파(犬儒學派)의 창시자로 알려진 안티스테네스(Antisthenes)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안티스테네스의 삶
안티스테네스(Antisthenes)는 기원전 445년경, 아테네에서 태어났습니다.
출생과 성장에 대해 알려진바는 없지만, 젊은 시절 당대 최고의 지성인으로 꼽히던 소피스트 고르기아스(Gorgias)에게 수사학을 배우며 화려한 언변과 논리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법을 익혔다고 전해집니다.
(1) 소크라테스와의 만남
그러던 어느 날, 진실함과 깊이 있는 통찰력을 지닌 소크라테스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그의 검소한 생활과 도덕적 가르침에 매료된 안티스테네스는 즉시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되어 가르침을 흡수하기 시작했고, 소크라테스는 그에게 단순함의 미학, 진정한 가치에 대한 탐구,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가르쳤습니다.
(2) 철학자로서의 여정과 키니코스(Cynics) 학파의 탄생
하지만 소크라테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에게 깊은 슬픔과 함께 새로운 깨달음을 안겨주게됩니다.
그리고 스승의 가르침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발전시키기로 결심하고 물질적 욕망과 사회적 관습을 멀리하고 오직 덕과 자족을 추구하는 삶을 실천하기 시작합니다.
누더기 옷을 걸치고 맨발로 거리를 활보하는 안티스테네스의 모습은 당시 아테네 사람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개”라고 부르며 조롱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철학을 발전시켜갑니다.
그는 진정한 자유란 외적인 조건이 아닌 내면의 강인함에서 비롯된다고 믿었고, 단순하고 검소한 삶을 몸소 실천하며 견유학파로도 불리는 키니코스(Cynics) 학파를 창시합니다.
꾸준히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고난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실천했던 안티스테네스는 기원전 365년경, 약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안티스테네스 철학의 핵심
안티스테네스가 보여준 단순한 삶의 방식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불리는 키니코스(Cynics) 학파의 창시로 이어집니다.
키니코스는 개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퀴온(κύων)에서 유래해서 견유학파(犬儒學派)로 불리기도 합니다.
마치 개처럼 허례허식을 벗고 자유로운 몸으로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태도를 강조했고, 사회의 통념과 관습을 비판하며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추구했습니다.
안티스테네스의 키니코스 철학은 제자였던 디오게네스(Diogenes)에 의해 이어졌고, 다양한 서양 철학 사상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1) 덕(arete):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여정
안티스테네스는 덕을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 여겼습니다.
그리고 이 덕은 마치 원석을 갈고 닦아 아름다운 원석을 만들듯,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실천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① 덕은 지혜에서 비롯된다
“Wisdom is the safest fortress of all.”
지혜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안전한 요새이다.
그는 덕이 단순히 착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지혜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지혜는 유혹과 오류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요새와 같다고 믿었습니다.
② 덕은 고통을 통해 단련된다
“Pain is the touchstone of virtue.”
고통은 덕을 시험하는 시금석이다.
그는 고통과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내면을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고통이란 인간을 더 강하게 만들고,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 시금석(試金石)처럼 생각했습니다.
③ 덕은 행동으로 완성된다
“Virtue lies in action, not words.”
덕은 말이 아니라, 행동 안에 존재한다.
그는 덕에 있어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2) 자족(autarkeia):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기
안티스테네스는 물질적 욕망과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최소한의 것으로 만족하는 자족적인 삶을 추구했습니다.
“The wealthiest person is the one who is content with the least.”
가장 부유한 사람은 가장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다.
그의 삶은 마치 짐을 내려놓은 여행자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보여줍니다.
① 필요 이상의 것을 버려라
그는 불필요한 물건이나 사치품을 소유하는 것은 오히려 불행을 가져온다고 믿었습니다. 물질적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진정으로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삶의 태도를 실천했습니다.
② 균형을 통해 자연스러운 욕구를 존중하라
안티스테네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식욕, 수면욕 등)를 충족시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과도한 욕망은 오히려 해롭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치 건강한 식단을 위해 소식을하는 것처럼, 적절한 균형과 조절이 중요합니다.
③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라
그는 외적인 조건에 좌우되지 않고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자족이라고 믿었습니다. 마치 고요한 호수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3) 자유(eleutheria): 내면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안티스테네스는 사회적 관습과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습니다. 그는 마치 거센 바람에도 굴하지 않는 나무처럼 강인한 모습을 보이며 사람들에게 지혜를 전달했습니다.
① 자신의 신념을 따르라
그는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자유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강조했습니다.
② 두려움에서 벗어나라
안티스테네스는 죽음이나 고통과 같은 두려움에서 벗어나, 초연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고 주장했습니다. 마치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두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말합니다.
③ 내면의 힘을 길러라
그는 외적인 조건에 좌우되지 않고, 내면의 힘을 길러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마치 단단한 바위처럼,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키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3. 현대 사회에서의 의미
안티스테네스의 철학은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나 감정적 자립, 지속 가능한 소비처럼 21세기 현대 사회에서도 유용한 지혜를 전하고 있습니다.
(1) 디지털 미니멀리즘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등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현대인들에게 안티스테네스의 자족에 대한 철학은 불필요한 디지털 소비를 줄이고, 디지털 기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삶을 제시합니다.
(2) 감정적 자립
그가 말한 자유에 대한 철학적 관점은 타인의 인정이나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고 관리하는 감정적 자립에 영감을 줍니다.
(3) 지속 가능한 소비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그의 자족에 대한 철학은 지속 가능한 소비를 통해 환경 보호하고, 개인에게는 진정한 자유를, 사회에게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을 줍니다.
5.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안티스테네스는 물질적 욕망과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추구했던 철학자입니다.
그의 삶은 우리에게 어떤 삶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더욱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그의 가르침은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혜가 됩니다.
더하기가 아니라 덜어내기를 통해 나를 바르게 세우고, 변화에 대응하는 각자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안티스테네스의 철학을 참고해 보면 어떨까요?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