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주의 철학의 정점을 찍고 회의주의 철학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인물이 있습니다. 오늘은 데이비드 흄(David Hume)의 삶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회의주의 철학자의 삶의 여정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1711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Edinburgh)에서 태어납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학문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곧 철학에 매료되어 학업을 중단하고 독학으로 철학 연구에 매진하게 됩니다.
28세에 첫 저서인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A Treatise of Human Nature)”를 출간했고, 꾸준히 저술 활동을 이어가며 “도덕 원리 탐구(An Enquiry Concerning the Principles of Morals)”와 “인간 오성에 관한 탐구(An Enquir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등의 걸작들을 발표하며 명성을 얻었습니다.
철학뿐만 아니라 역사, 경제,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였고, 실제로 “영국사(The History of England)”와 같은 역사서도 집필합니다.
철학자로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도서관 사서나 영국 공사 비서관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폭넓은 경험을 쌓으며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했고, 1776년 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 경험주의와 회의주의
흄의 철학은 “경험주의”와 “회의주의”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흄은 인간의 모든 지식은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며 이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선천적인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했습니다.
나아가 우리가 경험을 통해 얻는 지식조차도 불확실하며, 절대적인 진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1) 경험주의 (Empiricism)
“All our ideas or more feeble perceptions are copies of our impressions or more lively ones.”
우리의 모든 관념 또는 약한 지각은 우리의 인상 또는 강렬한 지각의 복사본이다.
흄은 인간의 마음을 백지상태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백지상태의 마음은 “경험”을 통해 채워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모든 생각과 관념은 감각적 인상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인상들이 결합하고 변형되어 복잡한 관념을 형성한다고 보았습니다.
(2) 회의주의 (Skepticism)
그는 우리가 경험을 통해 얻는 지식조차도 불확실하다고 주장하며, 지식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특히, 그는 인과관계에 있어 어떤 사건이 다른 사건을 일으킨다는 믿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예를 들면, 번개가 친 후에 천둥소리를 들었다면 번개가 천둥을 일으킨다고 믿을 수 있지만, 회의주의적 관점에서는 단지 두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관찰했다고 번개가 천둥을 일으킨다는 필연적인 인과관계를 경험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That the sun will not rise tomorrow is no less intelligible a proposition, and implies no more contradiction than the proposition that the sun will rise.”
내일 해가 뜨지 않을 것이라는 명제는 해가 뜰 것이라는 명제보다 이해하기 어렵거나 더 많은 모순을 내포하지 않는다.
이런 회의주의적 관점은 실용주의 철학을 주장한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칸트는 흄의 철학이 자신의 사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며 흄의 철학을 바탕으로 “비판철학”을 정립하게 됩니다.
칸트 외에도 존 로크 (John Locke)나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의 철학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3) 도덕 철학(Ethics)
흄은 도덕 역시 이성이 아닌 감정과 공감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어떤 행위를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그 행위가 우리에게 쾌락이나 고통을 주는 “감정”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Reason is, and ought only to be the slave of the passions, and can never pretend to any other office than to serve and obey them.”
이성은 감정의 노예이며, 감정을 섬기고 따르는 것 외에 다른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는 이성이 독립적인 힘을 가진 것이 아니라 감정에 의해 움직이는 도구라고 주장했고, 우리가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 역시 도덕적 행동의 중요한 동기라고 주장했습니다.
3. 현대적 관점에서 보는 데이비드 흄의 철학
흄의 철학은 우리가 세상에 대해 확신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만들고,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1)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
흄의 회의주의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믿음과 지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표면에 드러난 현상을 맹목적으로 믿기보다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하며,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2) 경험을 통한 배움과 성장
경험주의는 우리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경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며,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킬 때 우리는 성장하게 됩니다.
(3) 공감과 배려의 중요성
흄의 도덕 철학은 우리가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4. 데이비드 흄의 철학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흄의 철학적 주장은 복잡한 이론에 그치지 않고 쉽고 실용적인 지혜를 제공합니다. 그가 주장한 사상들은 우리가 살아가며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태도에 대해 단순하지만 유용한 지혜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1)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겸손한 태도
그는 세상과 인간의 이해에 한계가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지식은 불완전하며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겸손한 태도로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깨닫게 합니다.
(2) 합리적 근거에 따른 판단
그는 경험과 관찰을 통해 얻은 증거가 판단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조전적인 믿음이나 권위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분석과 판단을 통한 합리적인 결정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3) 경험을 통한 성장
흄은 경험이 지식과 발전의 비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경험치를 올려 자신을 발전시키는 삶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이론적 지식보다 경험을 통해 배운 지혜는 더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4) 감정의 이해
그는 감정이 인간 행동의 중요한 동기라고 보았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나아가 건강한 삶을 만드는데 필수적입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을 통해 이성과의 조화를 추구하고 치우치지 않는 삶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