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함 속에 숨겨진 진실의 가치를 탐구한 철학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중세 철학의 거장 윌리엄 오컴(William of Ockham)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단순함과 진실을 향한 여정
(1) 신학자의 길
윌리엄 오컴(William of Ockham, 1287년경~1347년)은 영국 서리(Surrey)의 작은 마을 오컴에서 태어났습니다. 직역하면 오컴의 윌리엄이지만, 일반적으로 윌리엄 오컴으로 불립니다.
어린 시절부터 총명했던 그는 프란체스코회에 들어가 신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이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당대 최고의 지성들과 교류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깊이 매료되었다고 전해집니다.
(2) 단순성의 원칙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강의까지 하게 된 오컴은 당시 신학계의 뜨거운 주제였던 “보편자 논쟁”에 뛰어듭니다. 그리고 복잡한 형이상학적 논쟁에 맞서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이라는 단순성의 원칙을 제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원칙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가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으로, 복잡한 설명보다 단순한 설명이 진실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는 명제로 현대 과학과 철학에서도 중요한 원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3) 권력에 맞선 신학자
하지만 그의 사상은 당시 교황 요한 22세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결국 파문당하면서 아비뇽으로 피신하게 됩니다.
이후 그 곳에서 교황의 권력 남용을 비판하는 글을 쓰며 진실을 수호하기 위해 싸웠고,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은 후대 철학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게됩니다.
여기에 더해 유명론을 주장하며 보편자의 실재를 인정하는 스콜라 척학을 근본부터 흔들었고, 인간 이성의 한계를 드러내 허약한 이성을 기반으로 세워진 신앙을 교정하려 시도합니다.
(4) 삶의 마무리
14세기 중반 유럽을 휩쓴 흑사병으로 1347년 또는 1349년 50세 중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집니다.
비교적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의 사상은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고, 단순함과 진실을 추구하며 권력에 맞선 철학자로 기억되는 인물입니다.
2. 윌리엄 오컴의 핵심 철학
(1) 단순성의 원칙,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
오컴의 면도날은 그의 철학을 가장 잘 나타내는 핵심 개념입니다.
“Entities should not be multiplied without necessity.”
존재는 필연성 없이 늘려서는 안 된다.
그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가정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제시하며 복잡한 설명보다는 단순한 설명이 진실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단순성의 중요성
오컴은 복잡한 형이상학적 논쟁에 지쳐있었습니다. 그는 불필요한 가정을 제거하고 단순한 설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마치 복잡한 미로에서 길을 찾을 때, 가장 단순한 경로를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경험주의적 접근
오컴은 감각적 경험을 통해 얻은 증거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험에 의한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직접 보고 만져본 물건에 대한 정보만 믿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가 주장한 단순성의 원칙은 복잡한 문제나 의사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직면했을 때 불필요한 가정을 제거하고 핵심에 집중할 수 있는 지혜가 됩니다.
(1) 보편자 논쟁과 오컴의 유명론
중세 철학의 핵심 논쟁 중 하나는 보편적인 개념이 실제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논쟁인 “보편자 논쟁(Problem of universals)”입니다.
이 논쟁에대한 입장은 크게 실재론과 유명론 그리고 개념론으로 나뉘었는데 오컴은 유명론의 입장을 지지했습니다.
실재론(實在論)
보편적인개념은 개별적인 사물보다 먼저 더 실재적으로 존재한다는 입장입니다. 예를들면, “인간”이라는 이상적인 형태가 먼저 존재하고 하위에 그 형태의 불완전한 복사본인 개별적인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논리입니다.
널리 알려진 고대 철학자 플라톤의 이데아론도 대표적인 실재론에 해당합니다.
유명론(唯名論)
오컴이 지지한 유명론은 보편성이란 실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름(唯名)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는 실재 존재하는 것은 개별적인 사물뿐이며, 보편은 인간의 사고 속에서 만들어진 개념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언어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호일 뿐이며,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게 아니라 그저 “표현”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해석은 현대에 이르러 언어 철학이나 기호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되면서 언어와 현실의 관계에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개념론 (槪念論)
마지막으로 개념론은 보편적 개념이란 개별적인 사물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 활동을 통해 형성된다고 믿었습니다.
현실에서 개별적 사물들의 공통된 특징이 추상화되어 개념을 만들기 때문에 개념은 현실을 반영하는 정신적 도구라는 입장이었습니다.
(2) 신앙과 이성: 조화로운 관계
오컴은 신앙과 이성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신앙은 이성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지만, 이성은 신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으며 신앙의 독립성과 이성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신앙의 독립성
“Faith is beyond the realm of reason.”
신앙은 이성의 영역을 넘어선다.
신앙은 이성의 논리로 증명할 수 없는 영역으로 신의 계시를 통해 얻는 것이며, 이성은 단지 신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성의 역할
“The best argument is that which is built only on truth.”
최고의 주장은 진실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이성이 신앙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성을 통해 신앙의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3. 윌리엄 오컴이 전하는 메시지
윌리엄 오컴의 사상은 단순함의 가치와 진실을 향한 용기, 그리고 이성을 통해 본질을 파악하는 지혜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1) 단순함의 가치
복잡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단순함의 가치를 잊고 살아가기 쉽습니다.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면 포기하거나 외면하기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어디서 부터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 막막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미니멀리즘, 덜어내기, 비움의 철학 등 다양한 사상과 철학이 트렌드처럼 등장해 당황한 사람들을 위로합니다.
이럴 때 오컴이 말한 “복잡성을 제거하고 핵심에 집중하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지럽게 늘어놓은 “기타 등등”을 하나 씩 제거하다 보면 “진짜 중요한 본질”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번에 답을 찾아 해결하려 하지 말고 차근차근 본질에 접근하면 어느새 해결된 상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2) 진실을 향한 용기
오컴은 자신의 신념과 논리에 따라 진실을 추구했고, 권력에 맞서 진실을 수호하기 위해 싸웠습니다. 외부 압력이나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지적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지적 정직성”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주는 삶을 살았습니다.
나이가 들고 가진 것이 많아지고, 이해관계가 넓어질수록 현실과 자신의 신념 사이에 타협하는 모습을 깨닫게 됩니다. 모두 자신의 선택이겠지만, 오컴이 보여준 신념을 지키는 삶은 적어도 이 선택의 순간이 후회로 남지 않을지 한번 쯤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3) 비판적 사고
오컴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했습니다. 보이는 그대로 사고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경계하고, 언제나 비판적 사고로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그가 주장한 단순성의 원칙을 바탕으로 비판적 사고라는 이성을 잘 활용한다면,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 속에서 불필요한 거짓은 걷어내고 본질을 파악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4. 단순함 속에 숨겨진 진실
윌리엄 오컴은 현대 사회에서 말하는 물질적, 정신적 측면을 포괄하는 진정한 미니멀리즘을 14세기부터 실천한 인물입니다.
단순함에서 찾는 지혜는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과 얽힌 다양한 인간관계에서의 지혜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필요 이상의 것을 제거하고 본질에 집중한다는 핵심을 기억하고 우리 인생에 적용한다면, 우리 인생에 더 가치 있는 하루를 만드는 지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