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마지막 철학자, “보에티우스”

보에티우스의 초상화

고대 로마의 지적 전통을 계승한 마지막 철학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격변하는 시대의 한가운데서 고뇌하며, 불멸의 지혜를 갈구했던 로마의 마지막 철학자, 보에티우스(Boethius)에대한 이야기입니다.

1. 격변의 시대, 보에티우스의 삶과 고뇌

5세기 말, 서로마 제국(Western Roman Empire)은 이미 멸망했고, 유럽은 혼란과 불안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보에티우스는 로마의 명문 귀족 가문에서 태어납니다. 그는 풍족한 환경에서 성장하며 아테네(Athens)와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에서 유학했고, 플라톤(Plato)과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철학을 깊이 있게 연구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뛰어난 학식과 능력을 인정받았고, 결국 동고트왕국(Ostrogothic Kingdom)의 테오도리쿠스 대왕(Theodoric the Great) 밑에서 고위 관직을 역임하며 그의 인생은 승승장구했습니다.

“Who hath fortune as a friend, Learns she’s fickle as the wind”

행운을 친구로 둔 자는 그것이 바람처럼 변덕스럽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524년, 정치적 음모에 휘말린 그는 누명을 쓰고 투옥되었고, 억울하게 갇힌 그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 자신의 삶과 운명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됩니다.

그리고 이 시간을 통해 세상의 불확실성과 인간의 유한함을 깨닫고, 진정한 행복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집필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철학의 위안》 “The Consolation of Philosophy”이 탄생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2. 로마 철학과 문명의 마지막 불꽃

보에티우스는 고대 철학의 두 거장,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깊이 연구하며 로마 철학의 정수를 계승했다고 평가받습니다.

📝서양 철학의 기초를 세운 “플라톤 철학”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전반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대업을 이루었고, 그리스어를 읽지 못하는 중세 유럽 학자들에게 고대 철학을 접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생애

그가 번역하고 주석을 단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은 중세 대학의 필수 교재가 되었고, 이를 통해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스콜라 철학(Scholasticism)이 꽃피게 됩니다.

이후 스콜라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인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년경 – 1274년)를 비롯한 중세의 위대한 사상가들이 보에티우스가 닦아놓은 철학적 기반 위에서 자신들의 사상 체계를 발전시켜 나가게 됩니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에도 그는 고대 로마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수하는데 평생을 바쳤고, 그가 남긴 저서들은 수 세기 동안 유럽 지성사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공로를 인정받아 훗날 “최후의 로마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고, 고대와 중세를 잇는 다리이자 로마 문명의 마지막 불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3. 어둠 속에서 길어올린 불멸의 지혜 《철학의 위안》

옥중에서 쓴 《철학의 위안》은 감정과 깨달음을 표현하는 “운문”과 대화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산문”이 어우러진 독특한 형태로 구성됩니다.

이런 독특한 형식을 바탕으로 철학적 지혜를 의인화한 여신이 등장하고, 이 여신과의 대화를 통해 인간의 운명과 고난의 의미, 그리고 진정한 행복에 대한 심오한 성찰을 감성적으로 전달합니다.

“Nothing is miserable unless you think it so; and on the other hand, nothing brings happiness unless you are content with it.”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한 비참한 것은 없으며, 당신이 만족하지 않는 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도 없어요.

총 5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철학의 위안》은 보에티우스가 깨달은 인생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시하며,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진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정신을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제1권: 고난과 슬픔 속에서 길을 잃다

“It is not the exile’s grief but the anger of one not yet exiled that possesses you.”

지금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추방당한 자의 슬픔이 아닌, 추방당하지 않은 자의 분노입니다.

1권은 산문으로 시작해 보에티우스의 고뇌를 보여주고, 운문으로 여신의 등장과 위로를 전하는 내용입니다.

보에티우스는 자신의 불운과 고난에 대해 한탄하며 여신에게 위로를 구하고, 여신은 그의 슬픔을 이해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며 진정한 위안을 줄 수 있는 것은 철학뿐이라고 알려줍니다.

제2권: 운명의 변덕과 덧없음

“This is our pastime; we spin the wheel and find pleasure in raising the low to a high place and lowering the high to the depths.”

운명의 바퀴는 끊임없이 돌며 가장 밑바닥에 있는 자를 꼭대기로 들어 올리고, 꼭대기에 있는 자를 밑바닥으로 떨어뜨리며 즐거워합니다.

2권에서는 운문으로 운명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산문으로 철학적 가르침을 설명합니다. 여신은 운명의 변덕과 세상의 덧없음을 설명하며 외적인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내면의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제3권: 진정한 행복의 추구

“Every happy person is therefore divine. By nature God is one, but nothing prevents there being many divine beings by participation.”

신은 본질적으로 하나이지만, 참된 행복에 이른 사람은 신성한 존재가 됩니다.

3권에서는 산문으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설명하고, 운문으로 선을 향한 인간의 갈망을 표현합니다.

여신은 진정한 행복은 외적인 조건에 있지 않고, 선(善)의 자체를 추구하는 데 있다고 강조합니다. 전체적으로 인간의 본성과 행복의 의미에 대해 심도 있게 논하며 참된 행복을 얻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제4권: 세상의 불의와 신의 섭리

“The wicked are more unfortunate when they escape punishment than when they receive just punishment for their crimes.”

벌은 악행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기 때문에 악인은 벌을 받지 않을 때 더욱 불행합니다.

4권에서는 운문으로 세상의 불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산문으로 신의 섭리와 정의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여신은 세상의 불의와 악의 존재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신의 섭리와 인간의 자유 의지의 조화로운 관계를 설명합니다. 결과적으로 정의와 섭리의 참된 의미를 밝히고, 인간의 자유 의지와 책임에 대해 알려줍니다.

제5권: 자유 의지와 신의 전지

“Eternity is the complete, simultaneous and perfect possession of endless life.”

영원이란 끝없는 생명을 완전하고, 동시에 완벽하게 소유하는 것을 말합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산문으로 자유 의지와 신의 전지의 관계를 설명하고, 운문으로 인간의 선택과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여신은 인간의 자유 의지와 신의 전지(全知) 사이의 모순에 대해 설명하며 인간의 선택과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렇게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자유 의지를 사용하여 선을 추구하고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지 설명하며 5권은 마무리됩니다.

4. 시대를 초월한 지혜의 빛

불의한 시대를 살다 간 보에티우스의 철학은 1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가 바닥으로 추락했지만, 그는 그 고난 속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가치와 행복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이끌어냈습니다.

“For in all adversity of fortune, the most wretched kind is to have been happy.”

모든 불운한 상황에 가장 비참한 것은 한때 행복했었다는 사실이다.

『철학의 위안』에서 그는 진정한 행복이 부와 명예, 권력과 같은 외적인 조건이 아닌, 덕성과 지혜를 추구하는 내면의 여정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불확실성과 급변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데요, 삶의 굴곡은 피할 수 없지만, 그 속에서 더 깊은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통찰은 어려움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보에티우스가 남긴 철학적 유산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진리와 지혜를 향한 인류의 영원한 나침반이 되어 오늘도 빛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https://en.wikipedia.org/wiki/Boethi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