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라는 무거운 책임 속에서도 내적 평온을 유지하며 철학자로 살아간 인물이 있습니다. 오늘은 황제가 된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이야기를 통해 혼란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하루를 충만하게 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유년 시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Marcus Aurelius)는 서기 121년 로마(Rome)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집안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부유한 가문이었고, 이에 따라 어린 시절부터 고급 교육과 철학적 지식이 풍부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세 살 때 세상을 떠나면서 외조부인 마르쿠스 안니우스 베루스(Marcus Annius Verus)의 보살핌 아래서 자라게 되는데요, 그의 외조부는 손자에게 로마인의 책임과 품위를 가르쳤고, 이 시기의 배움은 그의 인생과 철학적 사유에 큰 영향을 줍니다.
10대가 된 아우렐리우스는 하드리아누스 황제(Hadrian)의 눈에 띄게 됩니다. 황제는 그의 품격과 학문적 열정을 높이 평가하며 “철학자 왕”이 될 재목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당시 최고의 스승인 #에픽테토스(Epictetus)의 철학을 이어받은 스토아 철학자 유니우스 루스티쿠스(Junius Rusticus)에게 지도를 받도록 했습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어릴 때부터 철학적인 삶을 동경했습니다. 그는 검소한 옷을 입고, 검은 담요 위에서 잠을 자며, 사치 대신 단순함과 절제를 추구했습니다. 이는 스토아 철학에서 말하는 자기 절제의 미덕을 실천한 것이었고, 이 습관은 훗날 그의 통치 철학에도 반영됩니다.
2. 황제로서의 도전과 철학적 사유
서기 161년,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그의 재위 기간은 로마 제국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 중 하나였습니다. 전쟁, 역병, 경제적 위기 등이 겹치면서 황제로서 그의 역할은 무척이나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스토아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통치를 이어갔습니다. 황제로서 권력을 휘두르기보다는 봉사와 희생의 리더십을 실천했는데요, 그가 남긴 일기 형식의 저서 《명상록》을 보면 이런 고뇌와 사상이 잘 드러난 구절이 있습니다.
“Waste no more time arguing about what a good man should be. Be one.”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지 논쟁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그냥 그렇게 되라.
이 말은 논리나 정의에 대해 따지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실천부터 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그의 철학이 단순히 말로만 떠드는 이론적인 개념이 아니라,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3. 아우렐리우스 철학의 배경
(1) 에픽테토스(Epictetus)의 가르침
“Men are disturbed not by things, but by the view which they take of them.”
인간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에 의해 괴로워한다.
아우렐리우스는 #스토아 철학을 깊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의 철학적 기초가 된 사상의 스승 격인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다뤘던 에픽테토스는 노예 출신 철학자로, 인간의 자유와 감정의 통제를 강조했습니다.
그의 저서에서 에픽테토스를 자주 인용하며, 스토아 철학의 핵심인 “내적 평온과 자기 통제”를 강조했는데요, 이 가르침을 실천하며 통치자로서 겪는 수많은 정치적 갈등과 개인적 고난을 이겨냈다고 전해집니다.
(2) 자기 성찰을 가르쳐준 스승, 루스티쿠스(Rusticus)
“From Rusticus, I received the impression that my character required improvement and discipline.”
루스티쿠스로부터 나는 내 성격이 개선과 단련을 필요로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아우렐리우스는 철학적 사유를 기르기 위해 유니우스 루스티쿠스에게 사사하였다고 전해집니다.. 루스티쿠스는 스토아 철학의 실천적 중요성을 가르치며 명상과 자기 성찰의 습관을 심어주었고, 철학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전수했습니다.
4. 아우렐리우스의 철학적 주제와 사상
(1) 오늘을 사는 법
“Do every act of your life as though it were the very last act of your life.”
당신의 삶에서 하는 모든 행동을 마지막 행동처럼 하라.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반복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초점을 맞추라고 강조했습니다.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런 가르침은 현대 심리학에서 말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과 유사합니다.
마음챙김이란, 현재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고, 판단 없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감각, 감정, 생각에 집중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내적, 외적 경험을 수용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불교의 명상과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는 개념입니다.
(2) 통제할 수 없는 것과 받아들이는 자세
“You have power over your mind – not outside events. Realize this, and you will find strength.”
당신은 마음을 통제할 힘이 있다. 외부 사건은 아니다. 이를 깨닫는다면, 당신은 강해질 것이다.
스토아 철학의 핵심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사건에 대해 초조해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과 행동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이런 스토아 철학의 핵심 개념을 숙지하고 있었는데요, 특히 로마 제국이 전염병으로 고통받던 시기에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시민들을 격려하며 혼란을 극복했다고 전해집니다.
(3) 죽음에 대한 철학
“It is not death that a man should fear, but he should fear never beginning to live.”
인간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진정한 삶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우렐리우스는 죽음을 정기적으로 명상하며, 이를 통해 삶의 유한함과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는 소멸하며, 이것이 삶의 본질적인 일부라고 말하며, 자연의 일부이자 우주의 질서 속에서 필연적인 사건으로 간주했습니다.
나아가 죽음을 고통이라는 부정적인 개념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라, 억압과 고뇌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5. 아우렐리우스가 남긴 최고의 유산, 명상록(Meditations)
아우렐리우스의 가장 중요한 철학적 유산을 말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바로《명상록》입니다. 총 1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가 내적 성찰과 스토아 철학의 실천적 가르침을 담아낸 책으로, 황제로서 매일의 삶과 통치 속에서 겪었던 고뇌와 사유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책의 원제는 그리스어로 타 에이스 헤아우톤(Τὰ εἰς ἑαυτόν)으로, 번역하면 “스스로에게 보내는 글”이라는 뜻입니다. 대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찰을 위한 기록이지만, 인간의 삶에 대한 보편적인 진리를 담고 있어 오늘날에도 깊은 영감을 주는 아울렐리우스의 대표 저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6. 죽음과의 마지막 대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서기 161년 로마의 황제로 즉위하여 약 19년간 로마 제국을 통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말년에는 끊임없는 전쟁과 고난 속에서도 황제와 철학자로서 책임을 다했고, 서기 180년 오늘날의 오스트리아 빈(Vienna) 근처의 군사 캠프에서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재위 기간 동안 전쟁, 역병, 경제 위기 등 많은 도전에 직면했지만, 스토아 철학에 기반한 냉철한 리더십과 책임감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의 죽음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침착함을 유지했다고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