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을 꿈꾼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의 삶과 철학

엠페도클레스와 그의 철학적 사상을 표현한 일러스트 이미지

신으로 추앙받기를 원했던 철학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고대 그리스의 시인이자 정치가로 불멸을 꿈꾼 철학자 엠페도클레스(Empedocles)의 이야기입니다.

1. 엠페도클레스의 파란만장한 삶

엠페도클레스(Empedocles)는 기원전 494년경 고대 그리스의 아크라가스(Akragas, 현재의 이탈리아 아그리젠토)에서 태어났습니다. 부유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정치와 철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고 전해집니다.

풍족함속에 양질의 교육을 받고 성인이 된 그는 뛰어난 웅변술과 카리스마로 시민들을 사로잡았고, 민중의 지지를 얻어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는데 기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정치적 야망은 민중의 지지를 넘어 숭배를 원하게 되었고, 정치적 반대파들의 끊임없는 음모와 공격으로 고향인 아크라가스를 떠나 떠돌이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고향을 떠나 시작한 방랑 생활 속에서도 그는 철학 연구와 저술 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자신만의 사상과 철학의 깊이를 더하게 됩니다. 이 시기 그는 자연 현상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인간과 우주의 본질에 대한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우주를 구성하는 네 가지 근원적인 요소인 흙(Earth), 물(Water), 공기(Air), 불(Fire)을 제시하며, 이 요소들이 사랑(Love)과 증오(Strife)의 힘에 의해 결합하고 분리되면서 우주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이론을 완성합니다.

이 네 가지 원소설(4원소설)은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에게 계승되면서 훗날 서양 철학의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생애

말년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지만, 스스로 에트나 화산에 몸을 던져 불멸을 얻고자 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2. 엠페도클레스 철학의 핵심

엠페도클레스 철학의 핵심은 네 가지 “근원(rhizomata)”과 두 가지 힘, 즉 “사랑”과 “증오”에 대한 독창적인 이론입니다. 그는 이 이론을 통해 우주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변화와 순환을 설명합니다.

(1) 우주 만물의 네 가지 근원, 4원소설(Four-element theory)

그는 탈레스, 아낙시메네스, 헤라클레이토스와 같은 이전 철학자들의 주장을 종합해 우주를 구성하는 네 가지 근원적인 요소로 흙, 물, 공기, 불을 제시했습니다.

“All things are composed of four elements: fire, air, earth, and water.”

모든 것은 불, 공기, 흙, 물의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이 네 가지 요소를 만물의 근본적인 구성 요소이자, 변화하지 않는 실체라는 의미에서 “근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 흙(Earth): 단단하고 안정적인 물질의 근원
  • 물(Water): 유동적이고 변화하는 물질의 근원
  • 공기(Air): 가볍고 확산하는 물질의 근원
  • 불(Fire): 뜨겁고 활동적인 물질의 근원

그는 이 네 가지 요소가 다양한 비율로 결합하고 분리되면서 세상의 모든 물질과 현상이 만들어진다고 보았습니다.

(2) 우주 변화의 원동력, 사랑과 증오(Love and Strife)

그는 네 가지 근원 외에도 우주의 변화를 일으키는 두 가지 힘으로 사랑과 증오를 제시했습니다.

“There are forces of Love and Hate in the universe.”

우주에는 사랑과 증오의 힘이 존재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서로 다른 요소들을 결합시켜 조화로운 상태를 만들고, 증오는 결합된 요소들을 분리시켜 혼돈스러운 상태를 만드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 사랑(Love): 결합과 조화의 힘, 만물을 하나로 묶는 힘
  • 증오(Strife): 분리와 혼돈의 힘, 만물을 분리시키고 대립하게 만드는 힘

사랑이 지배하는 시기에는 만물이 조화롭게 결합되어 황금시대를 이루고, 증오가 지배하는 시기에는 만물이 분리되고 혼돈에 빠져 암흑시대를 맞이하며, 이 두 시기는 영원히 반복된다고 주장했습니다.

(3) 반복되는 영혼의 여정, 윤회와 정화(Reincarnation and Purification)

그는 불멸을 꿈꾸며 영혼의 윤회와 정화를 믿었습니다.

인간의 영혼이 죄를 지으면 동물이나 식물로 환생하여 고통을 겪고, 정화 과정을 거쳐 다시 인간으로 태어난다고 믿었습니다. 이 부분은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윤회사상(輪廻思想)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Those who are born and die are not the same as those who are always.”

태어나고 죽는 자들은 항상 존재하는 자들과 같지 않다.

그는 모든 생명체가 신성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 채식을 주장하고 동물 희생을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은 사랑과 조화의 삶을 살아야 영혼의 정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고, 사랑의 힘을 통해 모든 생명체와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삶을 강조했습니다.

3. 엠페도클레스 철학의 의의

엠페도클레스의 사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어 왔습니다. 네 가지 원소설은 자연 과학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고, 사랑과 증오의 이론은 심리학과 사회학에, 그리고 윤회 사상은 종교와 철학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았습니다.

(1) 과학적 관점

네 가지 원소설은 물질의 근원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시도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로 이어졌고, 중세시대까지 전해지며 서양 과학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2) 심리학적 관점

사랑과 증오 이론은 인간의 감정과 동기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사랑은 긍정적인 감정과 관계를 형성하는 힘으로 해석되고, 증오는 부정적인 감정과 갈등을 일으키는 힘으로, 심리학에서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론을 형성합니다.

(3) 철학적 관점

윤회와 정화의 개념은 영혼의 불멸과 정화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플라톤이나 피타고라스와 같은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인간의 도덕적 책임을 강조하는 생태 철학의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피타고라스에게 배우는 조화와 균형

4. 현대적 활용

2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엠페도클레스의 주요 철학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1)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

엠페도클레스의 네 가지 근원 이론은 현대 생태학적 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우리가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2) 사랑과 화합의 공동체

사랑과 증오 이론은 사회적 갈등과 분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이성 간의 사랑이 아닌 인류애의 관점에서 그는 사랑의 힘을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과 화합하고 조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정치, 이념, 인종 등 여전히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갈등에 마주할 때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해야 함을 상기시켜 줍니다.

(3) 내면의 조화와 균형

윤회와 정화 이론은 개인의 내면적 성장과 발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그는 우리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사랑과 조화의 삶을 살아야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타인이 아닌 나 자신부터 돌아보고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성장을 이루고, 나아가 사회와 화합하며 균형을 맞춰 나갈 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5.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그를 두고 단순히 불멸을 꿈꾼 철학자라고 하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그가 주장했던 철학적 사상들은 우리가 사는 현실에도 유용한 지혜를 전하고 있습니다.

자연과의 조화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사회적 현상과 연결되고, 사랑과 화합의 정신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통합하는 실마리가 되며,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긍정적인 자세는 개인의 성장에 영감을 제공합니다.

그가 말한 만물을 화합하게 만드는 사랑의 가치와 만물을 분열하게 만드는 증오의 의미를 되새기며 하루를 살아보면 어떨까요?

참고자료

https://plato.stanford.edu/entries/empedo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