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세상을 이해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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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삶, 그리고 철학의 본질에 대한 독창적인 관점을 제시하며 현대 철학의 토대를 다진 인물이 있습니다. 오늘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egenstein)의 삶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비트겐슈타인의 생애(1889~1951)

(1) 부유하지만 어두웠던 어린 시절

1889년, 비트겐슈타인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부유한 철강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 카를 비트겐슈타인은 유럽 철강 산업의 거물이었고, 집안은 음악과 예술, 과학적 토론이 끊이지 않는 지적 환경을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외면 뒤에는 어두움도 잡고 있었습니다. 가족 내 극심한 압박감 속에서 그의 형제 세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비트겐슈타인 자신도 젊은 시절 삶의 의미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런 환경은 그가 물질적 풍요가 아닌 철학적 탐구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도록 이끌게 됩니다.

(2) 학문적 여정과 철학으로의 전환

성인이 되어 비트겐슈타인은 항공 엔지니어를 꿈꾸며 기술 배움에 몰두했습니다. 특히 프로펠러 연구와 같은 항공학 분야에 열정을 보였는데요, 이 과정에서 그는 수학과 논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런 관심은 곧 철학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됩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진학한 그는 당시 저명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철학적 여정을 시작합니다. 당시 러셀은 그의 독창적 사고와 비판적 태도에 큰 감명을 받으며, “그는 내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가르치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탐구에 몰두합니다.

(3) 전쟁에서 철학을 사유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비트겐슈타인은 오스트리아-헝가리군에 자원 입대합니다. 그는 전선에 배치되어 폭격과 죽음이 난무하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철학적 사유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전쟁 중에도 틈틈이 작은 노트에 자신의 철학적 아이디어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후에 그의 첫 번째 저서인 《논리철학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의 초석이 됩니다. 이 책은 비트겐슈타인을 대표작으로, 언어와 세계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4) 철학자로서의 고독과 검소한 삶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자로서 고독한 삶을 살았던 철학자로 유명합니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가족의 막대한 유산을 모두 기부하고 검소한 삶을 선택합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글을 쓰며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기록했고, 1951년 사망할 당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생을 마감합니다.

“Tell them I’ve had a wonderful life.”

“그들에게 내가 멋진 삶을 살았다고 전해줘.”

2. 비트겐슈타인의 철학: 논리와 언어의 세계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크게 두 가지 시기로 나눌 수 있는데요, 초기에는 논리주의에 몰두했고, 후기로 갈수록 언어의 사용과 맥락을 중시하는 관점으로 전환됩니다.

(1) 논리철학논고: 언어와 세계의 한계

비트겐슈타인의 초기 저서 《논리철학논고》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문장을 남겼습니다.

“The limits of my language mean the limits of my world.”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그는 언어가 세계를 표현하는 도구라고 보며, 언어의 구조와 규칙을 통해 철학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우리의 사고방식이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제한될 수 있으며,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2) 언어 게임: 언어는 사용이다

후기 철학에서 그는 초기 사상의 한계를 깨닫고 언어 게임(language game)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언어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구성하는 틀”이라고 규정했는데요, 사람은 모두가 각자 속한 사회, 문화, 직업 등에 따라 다양한 언어 게임을 수행하며 살아간다고 보았습니다.

또 언어는 삶의 맥락에서 그 의미가 결정된다고 보며,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가 생긴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말은 언어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과 규칙에 따라 변화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3.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이 주는 현대적 교훈

(1) 언어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소셜 미디어와 같은 현대적 소통 도구에서도 언어는 그 사용 맥락에 따라 달라지며, 잘못된 사용이 오해를 낳기도 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언어의 개념을 잘 이해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이해하고 소통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언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용되는 맥락과 규칙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명확한 표현과 맥락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또 언어가 사고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제한할 수 있음을 인지한다면, 깊이 있는 이해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2) 초월적 대상에 대한 언어의 한계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를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Whereof one cannot speak, thereof one must be silent.”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이 말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 즉 “초월적(transcendental)” 영역에 속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윤리, 종교, 미학처럼 우리가 언어로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나 경험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역에 대해서는 그 존재를 인정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언어를 통해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는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말은 아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4. 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적 사유

“The world is everything that is the case”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이 말처럼, 내가 존재하는 이 세계는 나의 선택과 판단이 만들어가는 언어로 만들어집니다.

앞서 알아본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에 대한 개념은 더 나은 하루를 만드는데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는데요,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고, 끊임없이 스스로의 언어 습관을 돌아보는 자기 성찰 과정을 통해 삶과 관계를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