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고대 그리스의 철학은 영감과 지혜를 전합니다. 오늘은 낮에는 철학을 탐구하고 밤에는 허드렛일을 하며 내면의 평화를 고민했던 스토아 철학의 숨은 영웅 클레안테스(Cleanthes)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가난한 복서의 꿈
소아시아 아소스의 척박한 땅에서 태어난 클레안테스(Cleanthes, 기원전 330~230년경)는 어린 시절부터 힘겨운 삶을 살았습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궂은일을 도맡으며 생계를 이어갔고, 젊은 날에는 복싱 선수로 활동하며 혹독한 훈련을 견뎌냈습니다.
“Life is a struggle.”
인생은 투쟁이다.
당시 그리스 사회에서 복싱은 하층민의 직업으로 취급되었지만, 그는 생계를 위해 허드렛일까지 병행하며 링 위에서 인내와 투지를 길렀습니다. 혹독한 훈련과 시합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고민하며 철학에 대한 열정을 키워갔습니다.
“The beginning of wisdom is the examination of names.”
지혜의 시작은 이름들을 살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철학적 지혜에 대한 갈망은 링 위에서 상대의 기술과 전략을 분석하듯, 세상의 모든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이면에 숨겨진 진리를 탐구하는 시간으로 이어졌고, 당시 철학자들의 주 무대였던 아테네로 향하는 계기가 됩니다.
2. 아테네에서의 새로운 시작
철학적 지혜를 향한 일념으로 아테네로 이주한 그는 우연한 기회에 스토아 학파의 창시자로 알려진 #제논(Zeno of Citium, 기원전 334년경~기원전 262년경)의 강의를 듣게 되면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제논은 이성(로고스)에 따른 삶, 즉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강조했던 철학자로, 특히 절제를 통해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내면의 행복을 추구하며 금욕주의와 윤리적 엄격함을 강조했습니다.
“Learning is itself a talent that makes everything possible.”
배움 그 자체가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재능이다.
아테네에서의 생활은 낮에는 제논의 제자로 철학을 배우고, 밤에는 허드렛일을 하는 육체노동으로 이전보다 더 고된 삶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지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갔습니다.
3. 19년의 동행, 스승 제논과 함께한 시간
제논의 제자로 보낸 19년은 클레안테스에게 철학적 사유의 토대를 다진 중요한 시기였다고 전해집니다. 이 시기에 그는 스승의 가르침을 넘어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과 심화를 통해 스토아 철학의 발전에 기여하게 됩니다.
(1) 우주적 이성의 발견
이 시기에 그는 특히 우주를 관통하는 이성, 로고스(Logos)와 인간의 관계에 주목했고, 로고스가 인간 이성과 연결된다는 철학적 사상을 정립합니다.
이 사상은 “자연에 따라 사는 것”이라는 스토아 철학 핵심을 심화시키며 나타난 사상으로, 그에게 “자연”은 단순한 물리적 세계가 아니라 우주적 이성, 즉 로고스를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As the same fire assumes different shapes when it consumes objects differing in shape, so does the one Self take the shape of every creature in whom he is present.”
같은 불꽃이 다른 모양의 물체를 태울 때 각기 다른 형태를 띠듯이, 하나의 자아는 그것이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형태를 취한다.
이 말은 만물이 하나의 근원에서 비롯되었고, 로고스가 모든 존재에 내재함을 시사하는데요, 결국 겉모습은 달라도 본질적으로 하나의 이성 원리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상입니다.
(2) 도덕적 삶의 기준
클레안테스는 로고스를 바탕으로 인간의 도덕적 삶에 정의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이성으로 로고스를 이해하고 따를 때 진정한 행복과 덕을 얻는다고 보았고, 금욕을 통해 물질적 욕망에 얽매이지 않고 이성에 따라 사는 삶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관점에서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란,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내면의 평정을 유지하며 이성적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4. 클레안테스 철학의 핵심
기원전 262년, 스승 제논의 별세하자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클레안테스는 #스토아 학파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택됩니다.
오랜 시간 제논의 제자로 그의 곁에서 배움을 얻었지만, 허드렛일을 하며 주경야독으로 공부하던 그가 당대 최고의 철학 학파를 이끌게 된 것은 아테네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지도자가 된 그는 스토아 철학을 더욱 체계화시키고 제논의 가르침을 계승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적 통찰을 더해 스토아 철학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제우스 찬가(Hymn to Zeus)”는 그의 철학적 깊이와 시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낸 대표작으로, 우주를 지배하는 이성적 원리에대해 다루며 스토아 철학의 핵심을 잘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 로고스(Logos)와 우주의 질서
클레안테스는 우주를 단순한 물질의 집합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유기체로 보았습니다. 이런 우주관의 핵심이 바로 로고스(Logos)라는 개념입니다.
그는 로고스를 두고 우주 만물을 관통하는 이성이자 창조적인 원리이며, 모든 존재를 하나로 연결하는 끈과 같다고 설명합니다. 마치 꿀벌들이 벌집을 이루듯 우주의 모든 것은 로고스에 따라 조화로운 질서를 이룬다는 논리입니다.
“Lead me, O Zeus, and thou, O Destiny, Where’er thy law may bid. I follow free.”
제우스여, 운명이여, 당신의 법이 명하는 곳으로 저를 이끄소서. 저는 자유롭게 따르겠나이다.
여기서 “제우스”는 우주 전체를 관장하는 신이자 로고스를 상징하며, ”법“은 로고스가 만든 질서를 의미합니다. 클레안테스는 인간이 이런 우주의 법칙에 순응할 때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2) 네 가지 덕성의 실천
클레안테스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네 가지 덕성, 즉 지혜(Wisdom), 정의(Justice), 용기(Courage), 절제(Temperance)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 덕성의 특징을 일상의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더욱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냈습니다.
절제(Temperance)
절제는 단순히 욕망을 억누르는 것을 넘어, 감정과 욕망을 조화롭게 다루는 능력입니다. 마치 숙련된 음악가가 다양한 음색을 조절하여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듯, 우리는 절제를 통해 삶의 다양한 측면을 조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혜(Wisdom)
지혜는 단순히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입니다. 클레안테스는 지혜를 맑은 거울에 비유하여, 외부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능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의(Justice)
정의는 단순히 법을 지키는 것을 넘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고 정직하게 대하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이 정의는 사회 구성원 간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말합니다.
용기(Courage)
용기는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행동하는 능력입니다. 용기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중요한 덕목으로, 더 나은 삶과 세상을 만드는데 필요한 요소라고 설명합니다.
5. 평화로운 마지막
클레안테스의 마지막은 그의 철학을 온전히 드러내는 모습이었다고 전해집니다. 99세의 고령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의사는 그에게 이틀간의 단식을 권했고, 단식 이후 일시적으로 건강이 회복되자 주변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Since I am already on my way, I will not stop going.”
이미 인생의 여정을 절반 이상 왔으니, 남은 길도 쉽게 갈 수 있겠구나.
그리고 긴 여정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듯 평화롭게 생을 마감했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스토아 철학의 가르침을 실천한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전해집니다.
6. 지혜의 나침반, 스토아 철학
클레안테스는 고된 노동 속에서도 학문을 놓지 않았고,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내면의 평화를 추구했습니다. 그는 개인의 행복을 넘어 더 큰 전체와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의 삶은 스토아 철학의 가르침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스토아 철학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즐거움을 가르쳐줍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법을 알려주고, 더 나아가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사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클레안테스의 삶과 스토아 철학의 가르침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참고자료
https://plato.stanford.edu/entries/stoic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