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CEO들부터 심리치료사들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철학이 있습니다. 바로 스토아 철학인데요, 오늘은 이 스토아 철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제논(Zeno of Citium)의 삶과 철학에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제논의 삶과 철학적 전환점
키프로스섬의 키티온(Citium)에서 기원전 334년경에 태어난 제논은 페니키아계 상인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 사상을 접하며 성장했고, 이런 환경은 나중에 그의 경제 관념과 철학의 초기 세계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The goal of life is living in agreement with nature.”
인생의 목표는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것이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무역상으로 활동하던 그는 30세 무렵에는 배가 난파되어 아테네에 표류하게 되었고, 그 곳에서 우연히 소크라테스의 철학서를 접하고 철학에 대한 깊은 감명을 받게 되면서 새로운 삶의 방향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철학서는 크세노폰(Xenophon)이 쓴 『소크라테스의 회상록』으로,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그가 스승의 일상과 대화를 기록한 책으로, 소크라테스가 일상생활에서 보여준 인간적인 면모와 도덕적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스토아 학파의 탄생
그렇게 아테네에 정착한 제논은 견유학파의 크라테스(Crates), 메가라학파의 스틸포(Stilpo), 아카데미아의 크세노크라테스(Xenocrates) 등 당대 최고의 스승들과 교류하며 자신만의 철학적 세계관을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저명한 스승들의 가르침을 통해 20년간 철학에 대해 탐구하면서 기존 철학들의 장점을 종합하고 자신만의 통찰을 더해 새로운 철학 체계를 확립하게 됩니다.
“We have two ears and one mouth, so we should listen more than we say.”
우리에게는 두 개의 귀와 하나의 입이 있으니,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많아야 한다.
그리고 그 철학적 지혜를 바탕으로 아테네의 “스토아 포이킬레(Stoa Poikile)”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그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마침내 스토아 학파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후, 파나이티오스, 포세이도니우스,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많은 철학자들이 스토아 철학을 발전시켰고, 그 영향력은 로마 시대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권력의 정점에서 죽음을 맞이한 스토아 철학의 대가 “세네카”
특히 로마의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의 저서 『명상록』을 통해 스토아 철학의 가르침을 기록으로 남겼으며, 황제로서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 가르침을 실천하며 삶의 지혜를 얻고자 노력했다고 전해집니다.
3. 스토아 철학의 핵심 개념
스토아 철학은 마치 튼튼한 건물처럼 세 개의 굵직한 기둥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이 세 가지 기둥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 각각 다른 역할을 수행합니다.
(1) 논리학 (Logic): 진리를 향한 도구
논리학은 스토아 철학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사고하는 방식을 정확하고 명확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에게 논리학은 단순히 말장난이나 논쟁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탐구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한 필수적인 도구였습니다.
“The greatest power we have is the power of choice.”
우리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선택의 힘이다.
카탈렙시스(katalepsis)와 판타시아(phantasia)
스토아 철학에서는 카탈렙시스와 판타시아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을 통해 “인식”을 설명합니다.
판타시아는 감각을 통해 얻는 모든 인상이나 정보를 의미하며, 여기에는 참과 거짓이 섞여 있습니다.
반면에 카탈렙시스는 이러한 판타시아 중에서 확실하게 참인 지식, 즉 진리를 의미합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판타시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카탈렙시스에 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2) 물리학 (Physics): 우주의 질서 이해
물리학은 우주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말합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우주가 단순히 무작위적인 사건들의 집합이 아니라, 로고스 (Logos)라는 이성적인 원리에 의해 질서 있게 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라고 보았습니다.
로고스 (Logos)와 자연(Nature)
로고스는 우주를 지배하는 이성적인 원리로, 모든 사물과 현상을 연결하고 전체에 질서를 부여하는 힘을 의미합니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이 로고스를 따라 살아갈 때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는데요, 마치 강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듯이, 우리도 우주의 흐름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3) 윤리학 (Ethics): 덕의 실천
윤리학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것으로, 철학의 궁극적인 목표를 의미합니다. 또 윤리학의 핵심인 덕(Arete)야 말로 행복의 비결이라고 믿었습니다.
“Happiness is a good flow of life.”
행복은 삶의 좋은 흐름이다.
여기서 말하는 덕(Arete)은 단순히 좋은 행동을 하는 것을 넘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행복의 가치를 일시적인 쾌락이나 감정에 두지 않고, 삶 전체의 조화로운 흐름 속에서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자연과의 조화
스토아 철학에서 덕은 곧 자연과의 조화를 의미하는데요, 로고스의 원리에 따라 인간은 우주의 일부이기 때문에 우주의 질서에 따라 살아갈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여기서 질서에 따르는 삶이란, 이성적 판단으로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고 마치 배가 항해를 할 때 바람과 파도를 이용하듯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4. 스토아 철학의 실천적 원칙
스토아 철학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실천적인 지혜를 강조합니다. 그 핵심에는 세 가지 기둥, 즉 아파테이아(Apatheia), 프로하이레시스(Prohairesis), 오이케이오시스(Oikeiosis)가 있습니다.
(1) 아파테이아: 감정의 초월
아파테이아는 감정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정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쾌락, 고통, 욕망, 공포라는 네 가지 기본 감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이에 대해 잘못된 가치 판단을 내릴 때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느끼는 불편함 자체는 자연스럽지만, 그것을 “견딜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파테이아는 이러한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이성적 판단을 통해 현명하게 대응하는 능력입니다.
(2) 프로하이레시스: 선택의 자유
프로하이레시스는 우리가 진정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분하고, 그 영역 내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특히 에픽테토스는 이를 인간의 가장 핵심적인 능력으로 보았습니다.
“Man conquers the world by conquering himself.”
인간은 자신을 정복함으로써 세상을 정복한다.
그는 외부 환경, 타인의 행동, 심지어 우리 몸의 상태까지도 우리의 완전한 통제 밖에 있지만, 그것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반응은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자유는 이러한 내적 선택의 영역에서 발견되며, 이는 어떠한 외부 환경에서도 우리가 도덕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근간이 됩니다.
(3) 오이케이오시스: 자기적응과 확장
오이케이오시스는 자기애에서 시작하여 타인과 공동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전 인류와 자연으로까지 관심과 책임 의식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확장의 과정은 단순한 이타심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더 큰 전체의 일부임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을 의미하며, 이렇게 확장된 이해야말로 진정한 행복과 덕의 기초가 된다는 개념을 말합니다.
5. 제논에게 배우는 스트레스 관리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편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불안과 스트레스의 수준도 역사상 최고조에 달해 있습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과 소셜미디어의 비교와 경쟁, 24시간 쏟아지는 뉴스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심리적 안정을 갈망하게 됩니다.
(1) 디지털 시대의 스토아주의
우리의 하루는 끊임없는 자극과 반응의 연속으로 채워집니다. 이메일, 메시지, 뉴스 알림은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소셜미디어는 끊임없는 비교와 불안을 야기합니다.
제논은 외부 자극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고통의 원인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개념을 현대에 적용해보면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정보나 소식을 접했을 때 느끼는 부정적 감정은 그 소식 자체가 아닌, 우리의 해석과 판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지혜가 있습니다.
첫째, 정보 소비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기
모든 알림을 확인하고 모든 뉴스를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보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둘째, 의식적인 경계 설정
제논이 말한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은 현대에서는 “기술과의 균형 잡힌 관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 의식적으로 경계를 두고 스스로 자제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셋째, 감정적 거리두기
온라인을 통해 발생하는 상호작용에서 일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 모든 반응이나 댓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 발 떨어져 객관적 관찰자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2) 현대 직장인을 위한 스토아 지혜
현대의 비즈니스 리더들이 제논의 철학에 주목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그의 가르침이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 예측 불가능한 기술 발전,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직장인들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됩니다.
제논의 철학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환경에 대한 걱정보다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우리의 반응과 태도에 집중할 것을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이나 시장의 변화와 같은 외부적 요인은 우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한 우리의 준비와 대응, 그리고 태도는 전적으로 우리의 통제 하에 있습니다.
이렇게 이성적인 판단을 통한 “인식”과 “자각”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관점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내면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며, 더 나아가 더 현명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3) 개인의 성장과 관계에서의 적용
직접적인 대면 관계부터 온라인상의 다양한 관계까지, 우리는 수많은 형태의 인간관계를 동시에 관리하며 살아갑니다.
이때 제논의 “오이케이오시스” 개념은 복잡한 관계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수용에서 시작하여, 가까운 관계로, 그리고 더 넓은 사회적 관계로 확장되어 가는 이 개념은, 현대인의 정체성 형성과 관계 발전에 실질적인 지침이 됩니다.
특히나 SNS를 통한 피상적 관계가 증가하는 사회에서 더 큰 전체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내가 어떤 자세로 무엇을 먼저 보살피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와 함께 진정한 관계의 의미와 발전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6. 스토아 철학이 전하는 삶의 교훈
끊임없는 소비 압박과 성과 지향적 문화 속에서, 제논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진정한 풍요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고, 외적인 성공이나 물질적 풍요가 아닌, 내면의 평화와 지혜의 추구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길임을 강조합니다.
“The greatest wealth is a poverty of desires.”
가장 큰 부는 욕망의 빈곤이다.
250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제논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효과적입니다.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외부 환경의 변화가 아닌, 우리 내면의 태도 변화에서 시작된다는 것. 이 진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중심을 잃지 않고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데 소중한 나침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