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재해석해 중세 지성사에 획을 그은 철학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유럽과 이슬람 세계를 빛낸 스페인의 철학자 아베로에스(Averröes)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자유로운 탐구와 지식을 향한 여정
아베로에스(Averroes)는 1126년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영향력 있는 법관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가문은 대대로 법관을 배출하며 지역 사회에서 존경받는 명문가였고, 이런 배경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법학과 학문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게 됩니다.
학문에 대한 관심은 의학, 법학, 철학, 천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로 이어졌고,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매료됩니다.
가문의 영향으로 젊은 시절 법관으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법학보다도 아리스토텔레스의 방대한 저작을 연구하고 주석을 달면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핵심을 파악하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더 집중하게 됩니다.
당시 코르도바는 다양한 문화와 학문이 교류하는 이슬람 문화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그는 자유롭게 연구하고 토론하며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물론 철학적 견해로 인해 종교적 비판을 받아 추방당하기도 하지만, 1198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철학적 탐구를 지속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그가 남긴 저서들은 라틴어로 번역되어 유럽 전역에 전파되었고, 스콜라 철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2. 아베로에스 철학의 핵심
아베로에스 철학의 핵심은 “이성과 신앙의 조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바탕으로 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신앙과의 조화를 추구했습니다.
(1) 이중 진리론(Double Truth Theory)
그는 철학적 진리와 종교적 진리는 서로 충돌하지 않기 때문에 이성과 신앙이 각자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진리를 추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The law is true and philosophy is true, and there cannot be a contradiction between two truths.”
법은 진실이고 철학도 진실이며, 두 진실 사이에는 모순이 있을 수 없다.
그는 철학적 진리는 이성을 통해 자연과 우주의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고, 종교적 진리는 신앙을 통해 신의 계시와 영적인 진리를 이해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진리가 서로 보완하며 인간의 지적 성장을 돕는다고 보았습니다.
(2) 능동적 지성(Active Intellect)과 영혼 불멸론(Immortality of the Soul)
그는 인간의 영혼은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을 담는 “수동적 지성”과, 보편적인 진리를 인식하는 “능동적 지성”으로 나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 불멸론을 재해석하여 “능동적 지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The active intellect is one and the same for all humans.”
능동적 지성은 모든 인간에게 하나이고 동일하다.
능동적 지성은 인간의 이성을 통해 보편적 진리를 인식하고 영원한 존재와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며, 이 지성을 통해 인간은 영원한 진리를 깨닫고 불멸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3) 우주 영원론(Eternity of the Universe)
아베로에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 영원론을 받아들여 우주는 신에 의해 창조되었지만 영원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상은 당시 이슬람 세계에서 논쟁적인 주장이었기 때문에 그는 이성과 신앙의 조화를 통해 이를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The universe is eternal, but it depends on God.”
우주는 영원하지만, 신에게 의존한다.
그는 신이 우주의 질서와 법칙을 창조했으며, 그 신이 창조한 우주는 영원하고 신의 의지에 따라 지속된다고 주장하며 우주의 영원성과 신의 위대함을 설명했습니다.
3. 현대적 관점에서 바라본 아베로에스의 철학의 의미
(1) 이중 진리론의 현대적 의미
종교적 진리와 철학적 진리를 독립적으로 추구한 그의 주장은 정보 과잉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유용한 가르침을 전합니다.
다양한 정보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되, 각 분야 전문가의 지식과 개인의 신념을 존중하고 사회적 합의 사이에 균형의 필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2) 능동적 지성의 역할
보편적인 진리를 인식하고 영원한 존재와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능동적 지성은 인공지능 사회에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능력의 중요성과 함께 올바른 가치관을 바탕으로 윤리적 판단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하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인간의 영역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3) 관용과 포용의 정신
그는 권위에 대한 맹목적 수용을 지양했지만, 다른 문화와 사상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자세로 지혜를 전했습니다. 이런 삶의 태도는 다양성이 중요시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중요한 덕목을 가르쳐 줍니다.
4. 더 나은 삶을 향해
아베로에스는 이성과 신앙의 조화를 통해 인간의 지적 성장을 추구한 위대한 철학자였습니다.
그는 이성과 신앙, 정신과 육체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균형 잡힌 지혜를 쌓고 탐구할 것을 격려했습니다. 동시에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도 타인의 의견과 지식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실천하며 살았습니다.
“Ignorance leads to fear, fear leads to hate, and hate leads to violence.”
무지는 두려움을, 두려움은 증오를, 그리고 증오는 폭력을 낳는다.
아베로에스가 보여준 삶의 여정은 우리에게 균형 잡힌 태도로 지혜를 쌓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도록 격려합니다. 조화로운 삶의 출발은 수용과 포용하는 마음가짐에서 시작됩니다. 오늘은 아베로에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