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와 우리의 내적 반응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규정합니다. 오늘은 에픽테토스의 철학적 통찰을 기반으로 판단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판단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건과 마주합니다. 사람과의 대화, 뉴스를 통해 접하는 사건,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글 등 다양한 자극과 만납니다.
이런 사건들은 본질적으로 중립적입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비는 그저 자연현상일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이는 “우산도 없는데 왜 하필 이때!” 라든가 “낭만적이네”라는 주관적인 판단이 더해지며 의미를 부여합니다.
“It is not the events themselves that trouble us, but our judgments about them.”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다”
에픽테토스가 말한 “판단”이란 단순히 사건에 대한 해석이나 평가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는 판단이 우리의 감정, 태도, 그리고 행동까지 좌우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판단은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형성하고, 우리가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2. 판단은 어떻게 세상을 분열시키는가?
(1) 주관적 판단과 객관적 현실의 충돌
사람들은 각기 다른 경험, 문화,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상을 해석합니다. 그래서 같은 사건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판단될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정치적 사건은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동일한 현상을 두고 주관적 판단이 더해지며 오해와 차이를 만들고, 이런 차이는 개인이나 집단 간의 분열을 야기합니다.
(2) 판단의 고정관념화
판단은 종종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합니다. 특정 집단이나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이 지속될 경우, 그것은 선입견으로 굳어져 차별과 배제의 원인이 됩니다.
에픽테토스는 이런 고정관념적 판단이 우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경고했는데요, 판단은 결국 우리를 사건의 노예로 만들 수 있습니다.
(3) 소셜 미디어의 역할
현대 사회에서는 소셜 미디어가 판단의 확신을 가속화합니다. 짧은 영상이나 게시글은 종종 맥락 없이 판단을 유도하고, 이런 판단은 극단적인 의견을 만들어 냅니다.
예를 들면, 좋아요와 댓글은 빠른 소통을 가능하게 하지만, 단편적인 정보에 기반한 감정적이고 즉각적인 판단을 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기능도 있습니다.
3. 목격하는 눈 vs 인지하는 눈
에픽테토스의 판단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때 우리는 목격하는 눈과 인지하는 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목격하는 눈(Witnessing Eyes)
목격하는 눈은 사건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비가 올 때 목격하는 눈은 단순히 “비가 온다”는 사실을 목격하는 것, 사실 그대로 인식하는 단계까지만 해당됩니다.
이런 태도는 사건에 대한 우리의 과도한 반응을 줄이고, 내적인 평화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에픽테토스의 철학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사건 대신, 우리의 내적 반응을 통제할 것을 강조했는데요, 목격하는 눈은 이런 내적 통제력을 기르는 첫걸음입니다.
(2) 인지하는 눈(Perceiving Eyes)
반면에 인지하는 눈은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인지하는 눈은 우리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석하며, 주관적인 판단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인지하는 눈이 반드시 부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올바르게 사용된다면, 사건과 현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목격하는 눈과 인지하는 눈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4. 판단을 초월하는 방법
에픽테토스는 우리를 혼란과 고통으로 이끄는 주범 중 하나가 바로 ‘판단’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진정한 행복과 평정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했습니다.
(1) 판단의 유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판단을 내립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 중 상당수는 즉각적인 감정 반응에 기반한 경우가 많습니다. 에픽테토스는 이러한 즉각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연습을 강조합니다. 마치 사진을 찍듯이, 혹은 제3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2) 통제와 비통제의 구분
에픽테토스 철학의 핵심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이는 판단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해 감정적인 판단을 내리고 괴로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통제와 비통제의 분별이 필요합니다. 쉬운 예로, 날씨나 타인의 행동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므로, 이러한 영역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3) 내적 평화 유지
치우친 판단은 종종 우리의 감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내적인 평화를 깨뜨립니다. 하지만 판단을 초월하면, 우리는 내적인 평화를 유지하고 분열보다는 통합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내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와 사회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5. 판단을 넘어 통합으로
에픽테토스가 말한 판단의 본질은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요구합니다. 판단은 개인과 사회의 세상을 분열시킬 수도, 통합시켜 평화를 불러올 수도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격하는 눈을 통해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지하는 눈으로 깊이 있는 이해를 한다면 판단의 함정을 넘어 더 조화로운 삶을 만들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