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렌 버핏이 은퇴를 공식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이들이 그가 투자한 기업이나 남긴 수익보다도 그의 삶의 태도와 말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가 남긴 어록 10가지를 통해 워렌 버핏의 철학을 다시 짚어보고,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모든 인용문은 공식적으로 확인 가능한 출처(주주총회, 연례보고서, 인터뷰)를 참고해 발췌한 내용입니다.
그가 떠난 자리에 남은 지혜
2025년 5월, 워렌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를 통해 사실상 은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오랜 시간 후계자로 지목된 그렉 아벨(Greg Abel)이 실질적인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오랜시간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렸던 워렌 버핏의 투자 인생도 하나의 시대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워렌(워런) 버핏은 스스로를 “내 방식대로 생각하고, 나답게 사는 사람”이라 말했습니다. 그렇게 살며 일궈온 성공들과, 그 과정에서 남긴 짧은 말들을 살펴보면 유용한 지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1. 식별
“Price is what you pay. Value is what you get.”
가격은 당신이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당신이 얻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비용을 기준으로 사물의 가치를 판단하지만, 워렌 버핏은 이 짧은 문장으로 본질과 외형을 구분하는 눈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소비뿐 아니라 인간관계나 경력, 시간 투자 등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 원리가 적용됩니다. 누군가 고가의 옷을 입고 높은 연봉을 받는다고 해서 그것이 진짜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정말로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인지 자신만의 기준으로 판단할 때 후회가 적은 선택도 따라옵니다.
2. 진짜 가치를 보는 눈
“It’s far better to buy a wonderful company at a fair price than a fair company at a wonderful price.”
훌륭한 회사를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이, 적당한 회사를 아주 싸게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
워렌 버핏은 겉으로 드러난 좋은 모습보다, 내재된 본질의 가치를 파악해 선별하는 능력을 강조해 왔습니다. 눈에 보이는 조건이나 가격표에 현혹되지 말고, 그 대상에 내재된 힘과 가능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혜를 줍니다. 따라서 단순히 싸게 구매한 것에 즐거워할 것이 아니라, 나의 판단과 선택이 내재된 가치를 기준으로 했는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3. 자각
“Risk comes from not knowing what you are doing.”
위험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 생긴다.
이 말은 불확실성이 외부 요인보다 “내부 요인”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워렌 버핏은 위험을 운이나 시장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이해 부족이야말로 가장 큰 위험이라고 보았고,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명확하게 아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4. 최고의 투자
“The most important investment you can make is in yourself.”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투자는 바로 자신에게 하는 투자다.
앞서 말한 자각의 중요성과 연결되는 말입니다. 금융의 귀재로 평가받는 인물이 가장 강조한 핵심이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는 책을 읽고 자신을 단련하며 배움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특정 방식으로 부분적인 자기 계발 방법을 전하기보다, 자기 계발의 본질적인 필요성을 강조하고 스스로 성장시킬 때 진정한 부를 이룰 수 있다는 실존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5. 습관
“Chains of habit are too light to be felt until they are too heavy to be broken.”
습관의 사슬은 너무 가벼워서 처음엔 느껴지지 않지만, 너무 무거워지면 끊을 수 없게 된다.
워렌 버핏은 이 말을 통해 행동의 반복이 어떤 파급 효과를 가지는지 경고합니다. 작은 습관 하나가 쌓이고 다져지면, 그것이 삶 전체의 방향에 영향을 줍니다. 성공도 실패도 결국에는 그 작은 반복의 총합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앞서 참고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 텔레스의 “우리는 반복하는 행위의 결과이다”라는 말처럼, 습관의 무게를 인지하고, 교정하는 노력이 삶의 질을 좌우하게 됩니다. 바꿔서 생각해 보면 늦게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지만, 일찍 시작하면 아주 작고 사소한 존재가 바로 습관입니다.
6. 자기 주도성
“The difference between successful people and really successful people is that really successful people say no to almost everything.”
성공한 사람과 진짜 성공한 사람의 차이는, 진짜 성공한 사람은 거의 모든 것에 ‘아니오’라고 말한다는 점이다.
성공한 사람은 수많은 기회를 쫓지만, 정말 성공한 사람은 자신이 가야 하는 길과 방향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그 의미는 자기 결정권과 선택에 대한 책임을 수반합니다. 그래서 스스로의 기준이 명확하다면, 거의 모든 제안에 대한 분명한 대답이 가능합니다.
워낙 선택할 것이 많아진 시대를 살고 있지만, 오히려 더 쉽게 방황하기도 합니다. 워렌 버핏은 자신의 길에 대한 선명한 그림을 가지고 명확하게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집중력을 가질 수 있고, 그 집중이 성공을 만든다고 보았습니다.
자신의 삶을 의미 있는 우선순위로 조직할 수 있는 능력, 즉 자기 주도성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7. 유산과 책임
“Someone is sitting in the shade today because someone planted a tree a long time ago.”
누군가는 오늘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건, 오래전에 누군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워렌 버핏의 인내와 장기적 시각을 잘 보여줍니다. 오늘, 이 순간 우리가 누리는 편의와 안정은 누군가의 시간과 노고 위에 쌓여있습니다. 크게는 사회와 정부, 이전 세대, 그리고 가족과 주변 지인들까지 수 없이 많은 관계 속에서 나의 지금이 완성됩니다. 그리고 이 말은 지금 우리가 심는 나무는 미래의 누군가에게 그늘이 될 수 있다는 윤리적 책임감의 메시지도 담고 있습니다.
8. 균형의 지혜
“You only have to do a very few things right in your life so long as you don’t do too many things wrong.”
인생에서 아주 많은 일을 잘할 필요는 없다. 다만 너무 많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된다.
워렌 버핏은 인생에 완벽함을 추구하며 가지는 부담을 덜어줍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무의식 적으로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완벽하지 못하면, 혹은 조금 부족하게 되면 밀려날 것 같은 기분에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완벽함을 향한 외길이 아니라, 실수를 줄이며 중요한 몇 가지를 제대로 해내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워렌 버핏은 복잡한 전략과 천재적인 재능보다 실수를 피하고 기본을 지키는 꾸준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삶의 태도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말하던 중용(中庸)의 미덕, 즉 “지나치지 않음”과 닮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니코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도 유사한 개념이 등장합니다.
“Virtue, then, is a state of character concerned with choice, lying in a mean, i.e., the mean relative to us, this being determined by reason and in the way in which the man of practical wisdom would determine it.”
덕(arete)이란 선택에 관한 성향으로서, 우리에게 상대적인 중간 상태에 놓이며, 이 중간 상태는 이성에 의해, 그리고 실천적 지혜를 지닌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삶의 태도는 완벽하지 않아도 나아가는 중이라는 인식을 통해 자기비판을 이완시켜 주는 지혜가 됩니다.
9. 통찰
“In the business world, the rearview mirror is always clearer than the windshield.”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백미러가 앞 유리창보다 항상 더 잘 보인다.
누군가 문제 해결 방법은 언제나 뒤가 아니라 앞에 있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주저앉아 정체되는 행위를 경계한 조언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발생하지 않은 미래나 불확실성을 대응할 때는 과거의 명확성이 힘을 발휘합니다.
다가올 문제를 대비할 때 종종 앞을 내다보려 하지만, 기출문제처럼 실제로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명확한 근거를 얻을 때가 많습니다. 과거를 통해 배우는 방식은 투자나 시험뿐만 아니라 삶의 판단에도 유용한 지혜가 됩니다. 지혜는 항상 사건이 끝난 뒤에야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지만,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면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나아가는 것입니다.
10. 인격
“It takes 20 years to build a reputation and five minutes to ruin it. If you think about that, you’ll do things differently.”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 이 점을 생각해본다면 행동이 달라질 것이다.
그가 여기서 말한 “명성”은 단순히 사회적 평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워렌 버핏은 인격이 투자 수익보다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기업이 평판과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 위에 서 있듯, 한 사람의 삶도 결국은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해 왔는가의 누적입니다.
워렌 버핏의 말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 성공을 위해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인내와 일관된 태도, 그리고 성찰적 삶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하루하루의 결정과 행동이 쌓여 나를 만들고 무너뜨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단순한 부자가 아닌 지혜로운 투자자
워렌 버핏은 수십 년에 걸쳐 투자자로서 압도적인 성공을 거둔 인물이지만, 그 성공을 가능하게 한 건 단순한 정보력이나 기술적 노하우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눈과 선택의 기준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남겨온 말들을 자세히 보면 단순히 부자가 되는 방법, 투자를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삶의 기준을 세우는 방법”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도 바쁘게 앞만 보고 기계적으로 달리고 있거나, 왠지 모르게 정체된 기분이 든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워렌 버핏의 말을 깊이 있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