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기업, 파타고니아(Patagonia)

Patagonia logo 파타고니아 로고

수많은 기업들이 ESG, 친환경, 윤리적 소비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그 가치를 사업 전반에 반영하는 브랜드는 매우 드뭅니다. 오늘은 진짜 지속가능한 삶을 실현하는 기업 파타고니아(Patagonia)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필요로부터 시작된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1973년, 열정적인 등반가였던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그는 직접 철을 단조해 자연을 해치지 않는 암벽 등반 장비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수한 미지의 대자연 “파타고니아”에서 착안해 브랜드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본 쉬나드는 기능성과 내구성, 환경친화성을 갖춘 제품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처음부터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고, 이런 노력이 쌓여 “지속가능한 소비”라는 시스템으로 구체화 되면서 브랜드 전반에 깊게 뿌리내기게 됩니다.

친환경을 넘어선 윤리적 생산

파타고니아는 의류 브랜드 중에서도 특히 환경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강하게 실천하는 기업입니다. 소재부터 생산 방식,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100% 유기농 면을 사용하고 재활용 플리스나 다운, 울 등의 활용을 확대하며, 공정 무역 인증 제품을 확대해 공급망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대놓고 제품을 덜 사고, 더 오래 사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실제로 2011년에는 “Don’t Buy This Jacket” 캠페인을 진행하며 과잉 소비를 지양하자는 메시지로 브랜드의 철학을 확실하게 드러냅니다.

제품 이상의 가치를 만드는 브랜드

어떤 소비를 하는지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모든 소비에는 개인의 가치 판단이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파타고니아의 고객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함께 선택한다고 말합니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만족도와 별개로, 브랜드를 선택함으로써 나의 소비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윤리적 만족감을 함께 제공합니다.

이런 경험은 단순한 친환경 제품 구매를 넘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깊이 연결되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내고, 궁극적으로 유형의 제품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형의 더 큰 가치로 소비자의 인식에 자리 잡게 됩니다.

지구에 기부된 기업

2022년 9월, 창립자 이본 쉬나드는 모든 지분을 기후 위기 대응과 자연보호를 위한 재단에 이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자신이 일궈온 회사를 자녀나 가까운 지인이 아닌 “지구”에 기부한 셈입니다.

알려진 바로는 기부 당시 기업의 연간 수익이 약 1억 달러 이상이었으니, 앞으로 기업이 망하지 않는 이상 이 수익은 모두 기후 변화 대응과 생태계 보호를 위한 활동에 사용된다는 의미였습니다.

약 30억 달러(한화 약 4조 원)의 가치를 지닌 기업을 통으로 환경재단에 기부한다는 이런 결정은 당연히 전 세계 기업 경영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선언이었고, 다시 한번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순간으로 역사에 남았습니다.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그의 저서 『실천 윤리학』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돕는 것이 큰 희생이 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 “피터 싱어”의 철학

수많은 기업이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위해 사회공헌이나 도의적 선행의 행보를 보이지만, 파타고이아만큼 이윤보다 지구를 우선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Earth is now our only shareholder.”
이제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입니다.

이본 쉬나드는 단순히 좋은 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지구와 사회를 위해 실천하는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실천으로 인해 소비자 역시 단순한 구매자를 넘어 자신의 소비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책임지는 참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제품이 아닌 브랜드 가치에 대한 충성도

파타고니아에 대한 평가나 의견들을 종합해보면 그 중심에는 “신뢰”가 있습니다. 고객과 브랜드간에 형성된 정서적 연결성은 자연스럽게 입소문으로 이어졌고, 별도의 마케팅보다 브랜드의 철학으로 성장하고 유지되고 있습니다.

“It’s a brand that doesn’t hide inconvenient truths.”
불편한 진실을 감추지 않는 브랜드입니다.

고객들은 단순히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아니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신뢰한다고 말합니다.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혜택이 없어도 제품을 구매하며, 브랜드의 “철학”에 공감하기 때문에 그 철학에 동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브랜드 제품을 선택합니다.

당신의 소비는 무엇을 지지하고 있습니까?

파타고니아는 단순한 아웃도어 브랜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세상을 원하는지를 소비자에게 질문하는 기업입니다.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윤리적 생산, 공급망의 투명성, 기업 지배구조의 혁신까지, 전방위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한 경영을 실현하고, 그렇게 탄생한 제품들은 그 배경과 철학적 가치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소비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어떤 가치에 투표하는 행위이며,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명품 브랜드의 이름에 매겨지는 무형의 가치에 투표할 수도, 세상을 바꾸고 보존하는 무형의 가치에 투표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무엇이 더 낫다고 평가하거나 단정할 수 없지만, 파타고니아의 이야기는 우리의 평소 소비는 꼭 필요한 소비인가, 그리고 그 소비는 무엇을 지지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참고자료

https://www.patagonia.com/stories

https://en.wikipedia.org/wiki/Patagonia,_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