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M&M’s, 스니커즈(Snickers)같은 초콜릿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생산하는 기업과 그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해해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은둔의 재벌,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가족 기업 마즈(Mars)의 이야기입니다.
세계 시장을 움직이는 가족 기업
마즈는 1911년 미국 워싱턴주에서 프랭크 C. 마즈(Frank C. Mars)의 작은 제과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지금은 단순한 제과회사를 넘어 연 매출 약 470억 달러, 80개국 이상에서 제품이 판매되며, 반려동물 사료 시장까지 점유하고 있는 거대 복합 브랜드가 됩니다.
하지만 이 거대 기업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오너 일가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기업 설명서에도, 미디어 인터뷰에도 등장하지 않지만,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식품과 반려동물 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 중심의 비공개 경영 방식
2024년 기준으로 이들은 기업의 100% 지분을 소유하고 외부 투자 없이 자본을 자생적으로 조달합니다. 상장하지 않는 이유는 분기 실적에 흔들리는 단기 중심 경영보다는, 수십 년을 바라보는 장기 비전이 더 중요하다는 철학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장을 비롯해 가문의 일원이 직접 이사회에 참여해 전략을 주도하며, 외부에서 영입한 CEO가 있더라도 궁극적인 방향 설정은 가족이 담당합니다. 특히 회장은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드러내지 않고, 내부 직원조차도 직접 보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신비로운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수면 아래의 억만장자

매년 포브스 순위에서 보아도 항상 이름을 올릴 정도로 기업의 자산 가치는 천문학적 이지만, 인터뷰나 노출은 극도로 제한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마즈를 이끌고 있는 3대 회장 존 프랭클린 마즈(John Franklyn Mars)는 한동안 미국 버지니아주의 작은 마을에서 조용히 살아가며 이웃들조차 그의 자산 규모를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훗날 자신의 이름이 포브스 부호 순위에 오른 것조차 “당황스럽다”고 말하며 외부 노출을 꺼렸습니다. 인간은 보통 성공과 부를 은연중에라도 과시하고 싶어하기 마련인데, 경제적인 부로 자신이 주목받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느낌입니다. 참고로 2024년 기준으로 그의 추정 재산은 약 450억 달러(한화 약 60조 원)에 달하며, 가문의 전체 자산은 약 1,17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출처: Business Insider).
여동생인 재클린 마즈(Jacqueline Mars) 역시 개인적인 삶을 완전히 가리고 극히 드물게 공식 석상에서 찍힌 몇 장의 사진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기업을 일군 선대들이 그러했듯, 브랜드의 운영과 일상 사이에 철저한 경계를 만들고, 소유는 하지만 지휘탑에는 서지 않으며 브랜드가 소비자 중심으로 운용되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너 일가가 부를 과시하지 않고 외부의 명예나 물질적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며, 내면의 질서와 윤리를 중시하며 은둔하듯 살아가는 모습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기 드문 스토아학파(Stoicism) 철학의 실천처럼 보입니다.
상호이익을 위한 기업 철학(Mars mutuality philosophy)

이들이 추구하는 경영 방식의 핵심은 바로 ‘Mutuality’, 즉 상호이익의 철학입니다. 공급업체, 소비자, 지역사회, 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이익을 나누는 구조 없이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도 없다는 믿음으로 기업을 운영합니다.
특히 품질에 대한 엄격한 기준은 업계에서도 독보적입니다. 포장 재질의 미세한 결함 하나로도 출고가 취소될 수 있으며, 매일 수천 개의 제품이 내부 기준에 미달해 폐기될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사소한 부분까지 원칙을 고수하는 모습은 단순한 품질 관리를 넘어, 상호 신뢰를 중시하는 철학의 실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용한 확장과 명확한 존재감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많은 브랜드들이 사실 마즈의 자회사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기업 현황을 보면 단순한 식품 기업을 넘어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책임지는 글로벌 라이프케어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어 보입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스니커즈(Snickers)나 엠앤엠즈(M&M’s)외에도 2008년 껌 브랜드 윌리엄 리글리(Wrigley)를 인수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약 77억 달러 규모로 미국 최대 동물병원 체인 중 하나인 VCA를 인수하며 반려동물 케어 시장까지 영향력을 확장해 왔습니다.
현재 로열캐닌(Royal Canin), 페디그리(Pedigree), 위스카스(Whiskas) 등 세계적인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를 포함해, Banfield Pet Hospital, AniCura, BluePearl, VCA Animal Hospitals 등 약 2,000개 이상의 동물병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이 네트워크는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운영되며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용한 제국, 명확한 비전
이 조용한 제국이 추구하는 미래는 명확해 보입니다. 현재 식품을 넘어 반려동물, 헬스케어, AI기반 영양 분석, 식물성 대체 식품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지속가능성과 과학기반 기술 융합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데요, 외부에 보여주는 것보다 내부의 철학과 장기 전략을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뚝심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미디어 없이도 존재감 있는 브랜드
광고와 마케팅에도 독자적인 접근을 취합니다. 과장된 메시지를 자제하고 유쾌한 캐릭터 중심의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소비자와 정서적으로 연결됩니다. 특히 컬러를 활용한 M&M’s의 캐릭터들은 자체 세계관을 형성하고 광고 없이도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스니커즈도 마찬가지 입니다. “배고프면 너답지 않아(You’re not you when you’re hungry)”라는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 대화와 밈(meme) 속에까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유쾌한 정체성과 강한 연관성을 만들어 사람들 사이의 언어 속에 브랜드가 살아 숨 쉬게 만들었습니다.
드러나지 않게, 그러나 명확하게
세상에는 떠들썩한 기업은 많지만,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기업은 흔치 않습니다. 마즈 가문은 수십 년간 대중 앞에 나서지 않고도 세계인의 식탁과 반려동물의 삶, 그리고 미래 식문화의 흐름을 이끄는 결정적인 주체가 되어왔습니다.
상장하지 않고, 광고를 과시하지 않으며, 경영자 개인의 얼굴보다 기업 철학을 드러내는 이 방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점점 더 드물어지는 고요한 신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즈는 “드러나지 않게, 그러나 명확하게” 세상과 소통하며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