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자(孟子, Mengzi)와 함께 유가(儒家) 사상의 중요한 축을 이루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철학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오한 성찰로 교훈을 전한 순자(荀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혼란의 시대에 피어난 철학
순자는 기원전 313년경 중국 전국 시대 말기에 조(趙) 나라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는 혼란과 갈등이 끊이지 않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젊은 시절부터 학문에 정진하며 다양한 사상을 접했고, 특히 유가 사상에 깊이 매료되어 철학적 탐구에 매진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여러 나라를 유랑하며 자신의 학설을 펼쳤지만, 그의 사상은 당시 주류 학계의 견해와는 달랐기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본성을 “악”으로 규정하고, 예(禮)와 법(法)을 통해 이를 교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관점은 당시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하던 맹자(孟子)와 대척점에 있는 해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꾸준히 학문 연구에 매진했고, 결국 전국 시대 말기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이사(李斯, Li Si)와 한비자(韓非子, Han Feizi)를 길러내며 법가(法家) 사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2. 성악설과 예치주의
순자 철학의 두 기둥이라고 해석되는 성악설(性惡說)과 예치주의(禮治主義)는 인간 본성과 사회 질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1) 인간 본성의 어두운 그림자, 성악설(性惡說)
순자는 인간의 본성을 “악”으로 규정했습니다. 인간은 날 때부터 욕망과 이기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방치하면 사회 질서가 무너진다고 본 것입니다.
그렇다고 인간을 단순히 악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현실적인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① 욕망의 근원: 인간의 본능
그는 인간의 욕망을 자연스러운 본능으로 보았습니다.
누구나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필요한 욕망을 가지고 태어나며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절제되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The mouth’s inclination towards flavor is a manifestation of inherent nature.”
口之於味也,性之動也。
맛에 대한 욕망은 타고난 본성의 움직임이다.
정명편(正名篇)
그는 욕망이 삶의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 되지만 지나치면 자신과 타인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계하며 욕망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를 인정했습니다.
② 이기심의 그림자: 사회적 갈등의 씨앗
순자는 인간의 이기심을 사회적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본성이지만, 이기심이 지나치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The seed of profit is sown in human nature at birth.”
今人之性,生而有好利焉
사람은 태생적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성악편(性惡篇)
그는 이런 이기심을 극복하고 사회적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도덕적 수양과 사회적 규범이 필요하며, 예(禮)를 통해 절제하는 마음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③ 성악설의 현대적 의미
그는 인간의 어두운 측면을 외면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려는 노력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런 관점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지혜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현대사회 역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동시에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의 사상은 개인의 욕망과 이기심을 어떻게 조절하고 사회적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제시합니다.
(2) 사회 질서의 해법, 예치주의(禮治主義)
순자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교정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해법으로 예(禮)를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예(禮)란, 단순한 예절이나 의례의 의미를 넘어서 사회 구성원 간의 관계를 규정하고 도덕적 규범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① 예(禮)의 역할: 사회적 조화와 도덕적 규범
그는 예(禮)를 사회 구성원 간의 관계를 규정하고 도덕적 규범을 제시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보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부분은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며 인위적인 예(禮)나 법(法)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한 노자(老子)의 사상과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All rites are the substance of matters.”
凡禮,事之體也
예라는 것은 모든 일의 본체이다.
예론편(禮論篇)
그는 예(禮)가 모든 일의 근본적인 원리이자 본질이라고 주장하며, 사회적 조화를 이루고 도덕적 규범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② 예(禮)의 현대적 의미
현대 사회에서도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예(禮)와 같은 도덕적 규범이 필요합니다. 예(禮)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데 가이드가 될 수 있습니다.
③ 다양성 속의 조화
그는 예(禮)를 획일적인 규범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맞게 변화하는 유연한 규범으로 보았고, 예(禮)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다양한 가치관과 문화가 공존하는 다원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요즘,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제시합니다.
3. 성찰을 통한 조화와 균형
(1) 긍정과 부정의 조화
그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을 외면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는 태도로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조화를 이루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인정하고, 이를 조화롭게 다루는 순자의 가르침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돕고,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됩니다.
(2)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
그의 철학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의 가르침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절제와 교육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4. 본성을 넘어 성숙한 인간으로
순자의 철학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사회 질서 확립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예치주의를 통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사회적 책임과 조화를 강조했고, 성악설을 통해 인간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모두 수용하고 예를 통해 성숙한 인간으로 나아가는 지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악한 본성을 스스로 감지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부정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충분히 성찰하고 받아들이는 수용적 태도와 개선하려는 의지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 있습니다.
순자의 지혜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자신의 본성을 어떻게 다스리고, 어떤 인간으로 나아가고 싶은가요?”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