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 일론 머스크 창당에 관한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X를 통해 새로운 정당인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을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다소 이례적인 그의 행보가 단순한 정치적 관심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이 정당을 통해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소외된 중도층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밝혔고,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트럼프 공화당의 대규모 감세·지출 법안(BBB: Big Beautiful Bill)을 강하게 비판하며 “미국을 재정적으로 파산시킬 것”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습니다.
📝미국 상원 통과된 공화당 핵심 정책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BBB 법안의 주요 내용
머스크의 말에 따르면, 그는 대통령 선거 출마보다는 상원 23석, 하원 810석 정도의 의석을 확보해 의회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이런 전략은 단순한 상징적 행보가 아니라, 미국 의회의 실제 입법 균형을 바꿀 수 있는 실용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일론 머스크는 왜 지금 ‘정치’를 선택했을까?
일론 머스크의 창당이 단순히 ‘정치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X, 그리고 최근의 AI 스타트업들에 이르기까지, 머스크는 자신이 구축해온 기술 생태계를 통해 이미 글로벌 경제와 사회 담론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습니다.
그가 새로 만든 정당 역시 단순한 정치 집단이라기보다는, 기술과 사회철학이 결합된 하나의 시스템 구상처럼 느껴집니다.
그는 “국방 현대화”, “AI 규제”, “재정 건전성” 같은 핵심 어젠다를 통해, 기술 기반 사회의 운영 방식이 민주주의 안에서 어떤 구조를 가질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자 하는 듯합니다.
기술가의 정치 참여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일론 머스크의 창당 선언은 단지 정치적 관심 표현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기술가가 단순한 조력자나 조언자가 아닌, 직접적인 정치 행위자로 등장하는 시대의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1. 기술은 정말 “중립”적인가?
기술은 종종 객관적이고 효율적인 도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인간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는 기계적 판단은, 감정과 이념으로 가득한 정치 영역에서 특히 매력적으로 비쳐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기술이 전혀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SNS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어떤 콘텐츠를 보여주고 어떤 것을 숨길지 ‘중립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결과는 여론의 왜곡, 정보 격차, 그리고 정치적 분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머스크는 지금껏 기술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동시에 플랫폼 통제의 권력을 가졌던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이 정치 무대에 직접 나선다는 것은, 기술이 단지 문제 해결의 수단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를 담을 수 있는 행위의 방식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기술가의 정치 참여, 대안인가 위험인가?
머스크는 자신을 전통 정치의 외부에 있는 인물로 포지셔닝하며, 효율과 실행 중심의 ‘테크식 정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AI, 국방 시스템, 재정 운용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문제에 대해 빠른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분명 기존 정치의 느린 절차, 타협 위주의 결정 구조에 지친 유권자들에게는 신선한 대안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은 기술 기반 리더십에 대해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이 방식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원리를 얼마나 반영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효율성과 정당성이 충돌할 때, 기술가는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그리고 기술을 기반으로 한 리더십이 결국 소수 엘리트에 의한 통제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요?
정치란 본질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하고, 불완전함을 감내하는 구조입니다. 기술가는 그 불완전함을 ‘개선해야 할 결함’으로 볼 수 있지만, 민주주의는 때때로 그 불완전함 자체를 제도화하는 체계이기도 합니다.
3. 우리는 어떤 정치의 미래를 상상하는가?
기술가가 정치에 진입하는 것은 정치가 기술의 영역으로 흡수되는 것일지, 혹은 정치가 기술을 길들이는 새로운 시도를 맞이하는 것일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데이터 기반 정책, 인공지능 예산 분석, 플랫폼 기반 의사결정 등 새로운 형태의 ‘기술 민주주의’를 상상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새로운 정치가 정말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비민주적 구조로 이어질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것을 만드는 이들의 가치관과 책임의식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머스크는 트럼프와 어떻게 다른가?
많은 언론이 이번 일론 머스크 창당을 두고 “머스크의 반(反)트럼프 행보”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머스크의 정당을 두고 “터무니없고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제3당 출현에 대한 불안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스크가 추구하는 정당의 형태는 전통적인 진보나 보수의 문법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는 공공의 데이터 활용, AI 윤리, 우주 개발과 국방 현대화, 그리고 탈중앙화된 통신 구조와 같은 기술 기반의 의제를 정치의 전면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는 트럼프의 정서적 선동 방식이나 기존 정당들의 규범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입니다.
다만 권력을 제도화하지 않고도 유지할 수 있는 플랫폼의 운영자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은, 민주주의의 투명성과 균형에 있어 고민거리를 남깁니다.
‘아메리카당’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미국 정치에서 제3당은 늘 도전의 상징이었지만, 실제 영향력 확보에는 실패해왔습니다. 머스크의 아메리카당(America Party)이 제3당으로서 얼마나 현실적인 힘을 갖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지금 이 정당이 ‘진보’나 ‘보수’ 같은 이념적 차원보다는, 기술과 시스템, 효율과 실용주의를 중심으로 재편된 정치적 실험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오히려 중도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젊은 층과 테크 친화적 유권자에게 일정 부분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맞이하게 될 변화의 예고편
기술 리더가 민주주의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시대, 그들은 정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혹은 새로운 방식의 권력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요?
일론 머스크의 창당 선언이 실제 유의미한 행보로 이어질지, 어떤 새로운 결과를 낳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단순한 뉴스를 넘어 우리 사회가 맞이하고 있는 구조 변화의 예고편일지도 모릅니다.
정치와 기술, 그리고 인간 사이의 균형은 앞으로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 각자도 이 변화의 리듬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