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와 평등을 외치며 프랑스혁명에 큰 영향을 미친 철학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자유와 평등,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피어난 철학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시대의 철학자이자 사상가입니다.
그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 정치에 대한 독창적인 시선으로 프랑스혁명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어머니는 출산 직후 사망하였고, 시계공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제작 기술을 배우며 자라다가 아버지 마저 10살에 집을 나가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방랑 생활을 하며 성인이 되었지만, 모성애에 대한 결핍과 아버지의 도피는 어린 루소에게 정서적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하지만 1749년 디종 아카데미의 현상 공모전에 “학문과 예술은 인간을 부패시키는가?”라는 주제로 응모하여 당선되면서 문명과 예술의 발달이 인간의 도덕성을 오히려 타락시킨다는 주장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2. 사회계약론(The Social Contract)
루소의 사회계약론(The Social Contract)은 1762년 출판된 책으로, 국가의 기원과 정당성, 그리고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제시하는 정치철학의 고전입니다.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권에는 사회 계약의 원리와 국가의 기초, 주권과 법률, 정부의 형태와 역할, 로마 시대의 정치 제도와 종교에 대해 논합니다.
“Man is born free, but everywhere he is in chains.“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나, 사회 속에서 쇠사슬에 묶여 있다.
루소는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불평등과 억압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계약을 통해 모든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공동체에 양도하고, 일반 의지에 따라 공동체를 운영하는 이상적인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말한 일반 의지란,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전체 구성원의 의지로 공동체의 진정한 이익을 반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사상은 자유와 평등을 향한 열망을 일깨우며 혁명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프랑스혁명을 비롯한 근대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치 철학의 중요한 고전으로 평가받으며 민주주의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3. 도덕철학(Moral philosophy)
도덕 철학이란 옳고 그름, 선과 악, 정의와 부정의 등 도덕적 가치와 원칙을 탐구하는 철학의 한 분야를 말합니다.
또한 인간 행위의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고, 도덕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루소의 도덕 철학은 자연 상태의 인간은 선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타락한다는 기본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사회의 발전이 인간의 타락을 유도한다는 전제는 옳고 그름, 선과 악, 정의와 부정같은 도덕적 가치와 원칙의 탐구로 이어집니다.
마지막엔 인간 행위의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며 도덕적 문제에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문제의 발견에서 시작해 가치와 원칙을 탐구하며 대안을 찾은 이런 철학적 논리는 훗날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나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Johann Gottfried Herder),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와 같은 후대 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됩니다.
(1) 자연 상태의 선함
루소는 자연 상태의 인간은 순수하고 선하며 본능적으로 자기애와 연민이라는 두 가지 감정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말한 자기애는 자신의 생존과 행복을 추구하는 감정이며, 연민은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감정을 의미합니다.
그는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자기애를 통해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면서도 연민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돕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2) 사회적 타락
그는 사회가 인간에게 허영심과 욕망, 질투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심어주고, 불평등과 억압을 초래하기 때문에 사회의 발전은 인간을 타락시킨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사회가 인간을 자연 상태의 순수함에서 벗어나 가면을 쓰고 살아가게 만든다고 비판했습니다.
(3) 도덕적 회복
루소는 타락한 인간이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통해 본성을 회복하고, 일반 의지를 통해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4) 교육의 역할
루소는 교육을 통해 인간의 도덕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보았고, 그 방법으로 아동 중심의 교육을 제시했습니다. 아동 중심의 교육은 아동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존중하고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도덕성을 함양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에밀(Emile)이라는 교육 소설을 통해 자연주의 교육 사상을 펼치며, 아동의 발달 단계에 맞춰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 방식을 강조했습니다.
“Education is not to fill a vessel, but to kindle a flame.“
교육은 아이의 마음속에 씨앗을 심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가진 씨앗을 키우는 것이다.
총 5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 에밀은, 유아기부터 청년기따지 성장 과정에 따라 알맞은 교육 방법을 제시합니다.
1부.유아기
유아기에는 신체 발달과 감각 교육을 강조합니다.
2부. 아동기
아동기의 어린이가 자연 속에서 직접 경험하고 관찰하는 교육을 통해 감각과 지성을 발달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3부. 소년기
소년기에는 도덕 교육과 사회성을 함양하는 교육을 실시합니다.
4부. 청년기
청년기에는 아이의 진로를 위한 직업 교육과 결혼 생활에 대한 준비를 설명합니다.
5부. 결혼
마지막장은 에밀과 그의 반려자 소피의 결혼 생활을 통해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4. 끊임없는 논쟁과 비판
루소의 사상은 혁명적인 동시에 논쟁적이었습니다. 인간 본성과 사회, 정치에 대한 독창적인 사상으로 프랑스혁명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받지만, 기존 사회 질서와 권위에 도전하는 주장은 많은 비판을 불러일으킵니다.
(1) 문명 비판과 자연주의
루소는 “학문과 예술은 인간을 부패시키는가?”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문명과 예술의 발전이 인간의 도덕성을 오히려 타락시킨다고 주장하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문명이 인간을 불평등하게 만들고, 허영심과 욕망을 부추긴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자연 상태의 인간은 수수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타락하기 때문에 자연으로 돌아가 인간 본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 시각은 문명의 발전을 지지하는 사람들과의 대립으로 이어졌고, 자연 상태의 인간은 순수하고 선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역사적으로나 인류학적 관점에서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게 됩니다.
(2) 사회계약론
그는 사회 계약론을 통해 국가의 정당성을 설명하며 국가가 시민들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성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일반 의지라는 개념을 제시해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의지가 국가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일반 의지의 개념이 모호하고, 이 의지가 어떻게 결정되고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과 부딪히게 됩니다.
5. 루소의 유산
장 자크 루소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도출한 생각을 바탕으로 사회의 불평등과 억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것을 촉구했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혁명가이자 사상가의 고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과연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불평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교육은 어떻게 인간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
그의 질문에 답하며 우리가 사는 사회를 돌아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달라진 세상에 가까워질 거라 생각합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