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주의 철학의 거장 “피론”의 삶과 철학

피론과 그의 철학적 사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

세상의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우리의 감각과 이성마저도 오류투성이일 수 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우리가 진실이라 믿는 모든 것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 회의주의 철학의 거장 피론(Pyrrho)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피론의 일생

그는 기원전 360년경 그리스의 엘리스(Elis)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에 참여하여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지식을 쌓았고, 특히 인도의 현자들과의 만남은 그의 철학적 사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집니다.

“I affirm nothing.”

나는 아무것도 단정하지 않는다.

인도에서 자신만의 철학적 기초를 다진 후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철학을 설파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것에도 단정적인 판단은 내리지 않고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지혜를 찾는 그의 방식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점차 그의 사상을 지지하는 제자들이 늘어나면서 그는 제자들과 함께 평정심(ataraxia)을 추구하는 공동체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며 아무것도 단정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이후 자신만의 지식과 철학을 전하며 어떠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의 철학에도 집착하지 않고 검소한 생활을 유지했습니다.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지혜를 전한 그는 90세까지 장수하는 삶을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2. 피론 철학의 핵심

그의 철학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상은 회의주의(skepticism)와 평정심(ataraxia)입니다.

회의주의란, 우리가 감각과 이성을 통해 얻는 지식이 불확실하며, 세상에 대한 객관적인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모든 것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고,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했습니다.

평정심은 이런 회의주의를 통해 도달하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는 우리가 세상의 불확실성에 대해 초연하고 어떤 것에도 동요되지 않을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1) 회의주의(skepticism) : 진실을 향한 끝없는 질문

그는 인간이 감각과 이성을 통해 얻는 지식이 얼마나 불확실한지 깨달았습니다. 그는 우리의 감각이 종종 우리를 속이고, 이성 또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The senses often deceive us.”

감각은 종종 우리를 기만한다.

그는 세상에 대한 객관적인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고,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진리를 탐구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이런 관점은 현대에서 말하는 비판적 사고의 개념과 유사합니다.

(2) 평정심(ataraxia) : 불안과 번뇌에서 벗어나는 길

그는 인간이 외부의 자극이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외부의 파동에도 잔잔함을 유지하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Ataraxia is a state of freedom from all disturbance and confusion.”

평정심은 모든 불안과 번뇌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마음 상태이다.

그는 감각과 이성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 세상의 불확실성을 인정할 때,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3. 아르케실라우스의 계승

그의 사상은 후대 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그의 사상을 계승한 철학자들은 회의주의를 더욱 발전시켜 다양한 형태의 철학을 탄생시켰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르케실라우스는 이 개념을 플라톤의 아카데미아(Academia)에 도입하여 고대 철학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서양 철학의 기초를 세운 “플라톤 철학”

아르케실라우스는 플라톤 아카데미아의 원장으로, 그의 사상을 받아들여 플라톤 철학을 비판적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며, 진정한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활용한 자기계발 3단계

이후 아카데미아는 회의주의 철학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고, 그의 제자 카르네아데스(Carneades)는 더욱 발전된 논증을 제시하며 철학의 황금기를 이끌었습니다.

4. 불안의 시대에 필요한 지혜

혼란스럽고 불확실성 가득한 현대의 삶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변화는 성장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성적 판단으로 중심을 잡지 못하면 혼란에 매몰되기 쉽습니다.

철학적 지혜는 이렇게 피할 수 없는 불안감을 현명하게 극복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We must live in ataraxia amidst the uncertainty of the world.”

우리는 세상의 불확실성 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단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을 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런 가르침은 불안감을 극복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데 도움을 주며,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정치, 경제, 사회의 문제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맹목적인 수용을 지양하고, 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마음의 평화를 바탕으로 공존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5. 우리 삶에 주는 교훈

그는 세상에 대한 단정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통해 탐구하는 태도를 강조했습니다.

세상에 대한 단정적인 판단을 경계하고, 감각과 이성에 대한 맹신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초연하게 중심을 잡는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오늘은 얼마나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지, 무엇인가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감각과 이성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https://plato.stanford.edu/entries/pyrrho